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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어디

창신동 완구거리 / 아이와 동대문 나들이

by Catpilot 2022.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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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할 때나 일을 할 때,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빛나는 마법을 보여줘~
예쁜 마음을 모아 티니핑 타임! 티니 티니핑! 캐치 캐치 티니핑!"

딸아이가 요즘 푹 빠진 '캐치 티니핑 송'이다.
딸이 매일 몇 번씩은 부르는 이 노래가 뇌리에 박혀 종일 되돌이표가 찍힌 구절로 옹알이 게 된다.
노래 속에 나열되는 티니핑의 이름들은 중독에 가까운 주문이다.
좀처럼 장난감이나 옷 투정을 안 하는 아이가 며칠 전부터 조르기 시작했다.

"아빠, 티니핑 장난감 사줘!"


오랜만에 종로 나들이를 나섰다.
세월이 진하게 묻어나 있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서 있고 좁은 인도마다 침범한 물건들 때문에 길은 더욱 좁게 느껴진다.

<오늘의 루트>
주차 @동신교회 → 점심 @동묘발전소 → 1차 구경 @승진완구 → 2차 구경 @동아완구 → 동대문


주차는 '동신교회'에 하는 것이 비교적 효율적이다.
(기본 30분 2천 원, 이후 10분당 천 원)

길거리 음식에서 뿜어대는 냄새에 배꼽시계는 어김없이 점심시간을 알려왔다.
구글 평점이 높은 곳으로 '동묘 발전소'를 선택했다.
아이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돈까스라는 품목도 한몫을 했다.

지금은 문이 닫힌 곳이 많지만 예전에는 도장 골목으로 유명했던 골목길에 위치한 '동묘 발전소'이다.
가게 안은 늦은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가득했다.

"15분 정도 기다려셔야 해요!"
직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약속한 15분보다 5분 일찍 자리를 안내받았다.
딸아이가 먹을 안심돈까스와 우리가 먹을 새우튀김과 매운 등심까스를 주문했다.
물론, 시원한 맥주도 함께.

배가 얼마나 고팠는지 허겁지겁 먹고 나니 맞은편에 앉은 아내의 얼굴에 붉은 취기가 피어올랐다.
매콤한 양념은 생각보다 매웠으며 고기는 부드러웠다.
하나 남은 새우를 아내와 나는 서로 젓가락으로 밀어내며 양보를 했다.
남이 보면 부부금슬이 좋아 보이는 광경이었으나 사실은 튀김이 조금 느끼했던 까닭이었다.


창신동 완구거리의 사거리에 유난히 눈에 띄는 조형물이 있다.
연필에 피켓을 끼워 들고 환하게 환영하는 곰과 인상을 잔뜩 쓴 고릴라 모형이다.

목 좋은 위치에 큰 조형물까지 장식한 ‘승진완구’는 창신동 완구거리의 랜드마크로 가장 유명한 가게임이 틀림없다.
엄청난 종류의 다양한 장난감과 방향감각이 떨어지는 나 같은 경우에는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는 크기이기 때문이다.

‘승진완구’는 없는 장난감이 있을까 할 정도록 수많은 장난감이 전시되어있다. 차곡차곡 쌓인 장난감들을 구경할라치면 어느새 땀방울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다.


딸아이의 취향은 분명하다.
아빠가 추천하는 것은 바로 고개를 휘저으며 화려한 장난감 숲으로 숨어버린다.

‘동아완구’는 깨끗하면서도 가격이 상품마다 붙어있어서 친절함이 돋보이는 가게이다.
물론, 다른 가게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도 하다.

딸아이는 하츄핑을 가지고 싶기도 하고 바로핑을 데려가고 싶기도 하나보다.
“하나만 고르자~”
가게에 들어설 때 했던 아빠의 말이 아이의 선택에 큰 혼란을 일으켰으리라.
바로핑 인형을 집었다가 ‘말하는 하츄핑’을 집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둘 다 사자! 사는 김에 친구들 선물도 함께 살까?”
아빠의 이 말을 기다렸을 아이는 양쪽 손마다 골라잡은 장난감을 안고선 평소에 부리지 않는 애교까지 선사한다.

“아빠, 좋아!”


완구거리에서 구경을 실컷 하고선 DDP로 향했다.


DDP에서는 팀 버튼의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기괴하면서도 상상력이 넘치는 팀 버튼의 영화들을 좋아했었다. ‘어디 한번 볼까?’

어떤 전시일까,
후기를 검색하다 보니 이건 안 되겠다 싶었다.
아직 아이가 관람하기엔 너무 잔혹하고 기괴한 전시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딸아이는 무섭지도 않은지 머뭇거림 없이 전시장 앞을 휘집고 다녔다.


전시장 한켠에 그림자 괴물이 나타나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하얀 벽면에서 그림자가 점점 자라면서 괴물로 바뀌는데  이제껏 용감했던 아이는 이것만은 무서워했다.
포토존에 서기를 망설이던 아이에게 괜찮다는 듯 말했다.
“무서우면 안 찍어도 돼.” 걱정스러운 아빠에 말에 아이가 뜻밖에 말을 꺼냈다.
“바로핑 줘, 같이 가면 안 무서울 거 같아.” 장난감이 아빠는 모를 위로와 용기를 아이에게 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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