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가 온 집안을 뒤범벅이 되어 있다고 상상해보자.
엄마에게 혼날 일이 분명하다.
호통이 날아올 것이 분명하고 등짝 스매싱을 맞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어릴 적에 일이다.
명절 전에 전을 부칠려고 사놓은 밀가루를 한 모금 쥐어 바닥에 뿌렸다.
그리고 도장을 찍듯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 모양을 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엄마의 절규에 가까운 모습과 날아오는 꿀밤이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르 흐르게 했다.
그렇게 혼날 일이었다.
집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던 밀가루를 흩뿌릴 수도 있고 뒤집어 쓰기도 할 수 있는 키즈카페를 가기로 했다.
'헬로 밀가루'는 밀가루와 쌀을 가지고 체험할 수 있는 키즈카페이다.
전국 여러 곳에 체인점이 있는데 그중 효율성을 따져 경기도 광주점으로 가기로 했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주말 마지막 타임 3시로 예약을 했다.
아이만 먼저 예약하고 보호자는 현장에서 6천 원(음료 포함)을 결제하는 시스템이었다.
여름휴가 기간이라서인지 가는 길이 전혀 막히질 않고 시원하게 뚫려 네비의 도착지점에 이르렀다.
커다란 '대한마트'앞에 주차를 하고 옆으로 이어진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갔다.
1층에는 치킨집을 끼고 왼쪽 통로 가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입구를 만나게 된다.
2층에 도착한 우리는 '헬로 밀가루' 키즈카페에 들어섰다.
실내화를 갈아 신고 들어선 실내는 유행하는 카페 같은 팬시한 인테리어에 밀가루 체험과 장난감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분리되어있었다.
핑크 색감이 많은 곳에 입혀져 있었다.
그 날 뿐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용하는 어린이의 성별 또한 여자아이가 대부분이었다.
예약한 시간보다 20여분 일찍 도착한 우리는 먼저 놀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예약한 3시가 찾아왔다.
아이는 점프슈트 같은 상하의가 이어져 있는 핑크색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유니폼을 입은 아이는 쌀이 깔린 방으로 미끄럼틀을 타고 들어갔다.
낯섦 하나 없이 쌀을 집어 장난감 위로 쏟아 내렸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쌀알들이 재미있는지 몇 번이고 반복했다.
발가락 사이에 끼어드는 쌀알이 신경 쓰이는 듯 걸음걸이가 어정쩡했다.
펭귄 걸음으로 장난감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녔다.
엄마 아빠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 딸아이에게 유리창을 노크했다.
"아빠 한번 봐줘~"
슬쩍 한번 쳐다보더니 사진 찍을 틈도 주지 않고 다시 놀이에 집중했다.
한참을 한곳에서 노는 아이를 밀가루 방으로 안내를 부탁했다.
두 명의 놀이선생님이 각 방에서 함께 놀이를 해주고 있었다.
밀가루 방에서 아이의 고민이 보였다.
마치 '무엇을 만들까?' 하는 생각을 하는 듯.
요리 재료인 것을 알아서였을까.
장난감 채로 밀가루를 걸어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동그랗게 뭉텅이를 만들어 아이스크림 콘을 만들기도 했다.
여기 놀이 선생님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친절한 선생님은 아이의 마음을 읽는 신기한 능력을 보유한 능력자였다.
다시 쌀알이 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밀가루 방도 좋지만 여기가 더 좋은가보다.
마치, 아빠도 좋지만 엄마를 더 좋아하는 아이의 정해진 대답처럼 말이다.
'헬로 밀가루'의 장점은 아내의 휴식이 함께한다는 것이었다.
체험학습은 엄마는 아이의 그림자가 되곤 한다.
놀이 선생님이 있는 이곳에선 아내의 여유가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났고 아이들은 에어건으로 밀가루를 털어냈다.
체험방 앞에서 만난 아이의 눈에는 아직도 재미났는지 눈웃음이 가득했다.
아이들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간 체험방의 몰골은 가히 난장판이었다.
집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다.
밀가루가 뒤범벅이 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모를 만족감이 느껴졌다.
밀가루 체험방에 나오자마자 손을 씻었다.
다음은 쿠키를 만드는 '쿠킹 클래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까지 기대하진 않았는데 뭔가 재미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핑크 앞치마와 모자를 쓰고 방으로 이동했다.
아이들은 'ㄷ'자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아이들의 한껏 들뜬 마음이 그 방안을 가득 메웠다.
이 키즈카페의 주인으로 보이는 선생님이 열심히 아이들에게 수업을 진행하였다.
그녀의 쉰 목소리에서 오늘의 고단함이 물씬 느껴졌다.
선생님 따라 고사리 같은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조금은 뚱뚱한 아이스크림 모양의 쿠키를 만들었다.
그 쿠키가 오븐에 구워질 동안 장난감 놀이를 하면서 기다렸다.
장난감 놀이방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가득했다.
마트놀이, 음식놀이, 자동차 놀이 등 아이는 쉴 틈 없이 이곳저곳을 뒤집고 다녔다.
엄마를 앞에다 두고 맛있는 요리를 접대하겠다는 듯 음식들을 상위에 올려둔다.
특히,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은 집에서 시리얼과 물을 섞어 맛있는 요리라며 아빠에게 건넬 때마다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그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빠의 비위가 아쉬울 따름이다.
20여분이 지나고 아이 이름이 적힌 비닐로 포장된 쿠키를 받았다.
그 의미는 이제 키즈카페의 이용시간이 다되었음을 뜻했다.
아이는 이미 그 의미를 알고 있다는 듯 쿠키를 받아 들고 더 놀고 싶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많이 재미있었어? 이제 가야 할 시간이야!"
나의 재촉에 아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그래도 직접 만든 쿠키가 신기한 모양이다.
아이는 물컹했던 반죽이 단단한 쿠키로 변신한 모습이 마냥 신기한 듯 쿠키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오늘 아이가 좋아하는 두 가지를 모두 한 셈이다.
"밀가루 놀이랑 쿠키 만들기랑 어느 것이 재미있었어?"
아빠의 뻔한 질문에 아이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아빠, 또 여기 올래!"
밀가루 키즈카페 (★★★★☆)
A :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오포로 425-12
T : 031-763-3973
instagram : http://blog.naver.com/hellomillgaru1259
비용 : 아이 체험비 : 22,000원 / 보호자 입장료 (음료 포함, 현장 결제) : 6,000원
예약 : 네이버 예매
네이버 지도
헬로밀가루 경기광주점
map.naver.com
Tips!
-대한마트 앞 주차장에서 주차 후 엘리베이터 타고 자담치킨 2층으로 감.
-마지막 타임 이용하면 이후 대기자가 없어서 덜 분산스럽게 즐길 수 있음.
-밀가루 알러지가 있는지를 미리 확인하고, 마스크는 밀착해서 착용해서 기관지 흡입을 방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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