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떼야하는 걸까?"
7살 딸아이는 딱히 노력해서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웬만한 한글을 읽고 쓸 줄 안다.
물론 맞춤법은 엉망이지만.
'뭐, 좀 틀리면 어때. 좀 모르면 어때.'
조기교육 열풍 속에서도 돗을 접고 파도에 가만히 배를 맡긴다.
아이들이 문자보다 그림세상에서 좀 더 상상해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과 달리 아이는 한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법.
한글에 대해 알아보고자 국립한글박물관으로 향했다.
상설전시 입구 바닥에는 훈민정음이 시작하는 첫 문장이 표현되어있다.
전시 주제를 미리 알리는 '목차' 역할을 했다.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내 이를 딱하게 여겨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쉽게 익혀
사람마다
날로 씀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전시는 이 문장을 일곱 부분으로 쪼개어 각 섹션의 제목으로 사용하였다.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에 투명아크릴에 빛을 받은 글들이 우릴 맞이했다.
훈민정음해례본을 본뜬 조형물이 나열되어 있다.
어둠을 밝혀주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따라 몇 걸음 가면 화려한 그래픽으로 채워진 멋진 공간이 펼쳐진다.
세 개의 벽과 바닥을 이용한 입체 스크린 위에 한글이 모여 산, 바다, 동물을 그려내는 역동적인 영상이었다.
언어의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이 되어 세상을 밝힘을 공간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Space 1 _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를 한글의 발음에 맞게 교정해 적은 문서들이 전시되어 있다.
길게 펼쳐진 불교 경전에는 점과 선을 사용해 우리말 조사와 어미를 쓴 흔적이 남아 있었다.
Space 2 _내 이를 딱하게 여겨
백성을 위했던 세종의 한글 창제 정신을 엿볼 수 있다.
Space 3 _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한글과 연관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서울 인사동에서 출토된 '동국 정윤식 한글 활자' 등 한글 금속활자가 담겨 있던 기록물이다.
Space 4 _쉽게 익혀
한글을 민간에 전파하기 위해 제작한 종교 및 다양한 분야의 실용서들이 전시되어 있다.
Space 5 _사람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한글을 사용했던 기록들을 볼 수 있다.
왕족부터 평민까지 모든 사람들이 신분에 상관없이 한글을 썼던 모양이다.
이곳에서는 과부 전 씨가 어사또에게 올린 청원문,
정조가 큰 외숙모에게 한글로 쓴 편지,
한글로 쓴 자주 점 책 등 다양하게 소통하던 그때 그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멋진 글씨체로 양반이 노비에게 쓴 편지가 인상 적었다.
낭만적인 모습과 달리 자신의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는 노비가 사용료를 내지 않자 이에 빛 독촉을 하는 내용이었다.
Space 6 _날로 씀에
1910년 일제에 나라와 한글도 함께 빼앗겼던 그때,
지식인들의 한글에 대한 연구와 탐구가 멈추지 않았던 모습을 볼 수 있다.
Space 7 _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모든 사람이 좀 더 나은 삶과 문화를 누리는 세상을 바라는 세종의 마음이 담긴 곳이다.
문화 창조와 소통에 중요한 도구가 된 한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는 훌륭했다.
공간마다 컨셉을 가지고 전하려는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7살 아이에게는 어려운 내용이다.
그래도 휙휙 돌아서지 않고 시선을 머무는 것들이 꽤 많았다.
"딸, 평생 쓸 말이잖아. 천천히 배우자."
국립한글박물관 (★★★☆☆)
H : https://www.hangeul.go.kr/
A :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39
T : 02-2124-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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