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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어디

켄싱턴호텔 / 평창, 아이랑 호캉스

by Catpilot 2022.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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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위해 보통 연차를 월요일에 내는 편이다.
특히나 주말 숙박료가 비싼 이유도 있지만, 월요일이 주는 평온함이 좋아서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주말에 조용한 휴식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달 전에 아름다운 정원과 호텔에 딸린 수영장에 혹해서 숙소를 예약했다.
물론, 일요일에 묵는 것으로.
예약한 평창에 위치한 켄싱턴호텔은 아이에게 함께하는 휴가로 제격인 호텔이었다.
넓고 아름다운 정원과 다양한 동물들 그리고 수영장까지 있단다.
일요일 오후 3시에 체크인을 하고 수영을 하고 저녁에 휴식을 취할 계획과
다음날인 월요일에는 늦은 조식을 먹은 후에 호텔방에서 여유를 부리다가 체크아웃을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호텔 앞에 펼쳐진 넓은 정원에서 산책과 동물 먹이 주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그렇게 느리게 한 달이 지났고 예약한 그 날이 다가왔다.
하지만 내 심기를 건드리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 주말 내내 비가 내린다는 소식과 특히 월요일에 집중적으로 내릴 것이 분명하단다.
비 소식에 모든 일정이 뒤죽박죽되었다.
일요일에 모든 야외 일정을 소화할 마음에 조급함이 몰려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금요일 저녁부터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을 포기해야 하나, 라는 마음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다행히 아이의 열은 하루를 못 넘겨 사라졌고 엉망인 계획을 바로 잡아야 했다.
일요일 일찍 출발해서 체크인 전에 정원 투어와 동물 먹이주기를 끝내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우리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거야. 우린 내일 많은 것을 해야 해!"

여행날.
오전 9시에 출발해서 10시 반쯤에 평창 어딘가의 산채정식 식당에 도착했다.
산채정식 대부분이 그렇듯 정말 가짓수가 많았지만, 입맛에 맞는 음식 하나 없어 허기만 채웠다.
10여분 달려 도착한 켄싱턴호텔은 노후된 오래된 호텔의 모습이었다.
수십 년 시간이 멈춘 듯 유행이 한참 뒤진 내부 인테리어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얼리 체크인이 가능한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프런트 데스크로 향했다.
역시나 되돌아온 대답은 3시 정각부터 체크인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화장실에 간 김에 혼자서 로비를 둘러봤다.
여러 동·하계 올림픽 관련 역사적인 물건들이 전시되어있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하게 역대 성화봉이 따로 전시된 공간도 있었다.

로비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야외 수영장은 허름한 밑바닥을 들어낸 채 벌거벗어 초라한 행색이었다.

프랑스식 정원을 모티브로 만든 켄싱턴 가든 입구에서 커다란 왕과 왕비 그리고 마리 앙투아네트 공주의 의자가 우릴 먼저 맞이했다.

넓은 정원은 인위적으로 잘 가꾸어진 모양들로 가득했다.
센터마다 자리 잡은 물을 뿜어대는 분수대도 프랑스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큰 호수 주변으로 캠핑장도 있으며 한켠에 오리들이 모여 먹이를 받아먹고 있었다.
그전에 발견한 동물 먹이 자판대.
각 동물마다 3천 원에 한 봉씩을 판매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슴, 양은 같은 먹이로 먹이주기가 가능하였다.

물에 빠진 동그란 시리얼 같은 먹이를 툭툭 집어 먹기 바쁜 오리가 마냥 좋은 아이다.
더 달라고 애원하듯 바라보는 오리의 눈빛이 마음에 드나 보다.

먹이주기도 끝나고 호텔 2층 구경에 나섰다.
2층에는 무료로 사용 가능한 키즈 전용 라운지와 키즈카페가 있었다.
체크인까지 얼마 시간이 남지 않은 까닭에 그냥 키즈전용 라운지만 방문하기로 했다.

<동화나라 포인포>를 테마로 꾸민 키즈 전용 라운지이다.
아이는 습하고 더운 이곳에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아이가 놀고 있는 틈을 타 프런트 데스크로 향했다.
아직 3시까지는 30분가량 남았지만 행여나 해서 물어봤다.
"체크인 가능한가요?"

나의 질문에 직원의 손가락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네, 가능한 방이 있는데 저층과 고층 중에 어디가 좋으세요?"
나는 쉴 틈 없이 바로 대답했다.
"고층으로 부탁해요!"

짐을 풀자마자 지하 1층에 있는 수영장으로 향했다.
입장 후 3시간 동안 수영장과 사우나 이용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입장했다. (수영모 또는 캡 모자 필수)
오리엔탈 정원이 한눈에 보이는 실내 수영장이었다.

깊이는 어른이 수영할 수 있을 만큼 꽤나 깊은 곳부터 유아들이 설 수도 있는 낮은 곳이 있었다.
물을 좋아하는 아이는 사람이 드문 깊은 곳에서 신나게 물장구를 쳤다.
엄마와 아빠도 서로 물에 빠트려가며 아이의 웃음과 함께했다.
어느덧 2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왔다.

수영을 하고 나면 짜장면이 진리이지.
진부면 시내와 켄싱턴호텔이 10분여 거리로 가까워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테이크아웃을 하기로 했다.
수영으로 허기진 배를 와인과 기름진 탕수육으로 채우고 일찍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라 떼브에서 조식은 2부제로 운영하는데 우린 2부인 09:00~10:30대로 이용했다. (1부 / 07:00~08:30)
La Table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프랑스식을 표방한 아침 식사 메뉴와 강원도 음식의 절묘한 조화였다.
크로와상과 찐 옥수수, 프렌치토스트와 술빵과 같은 대조되는 메뉴가 인상적이었다.

다행히 비가 국지성으로 내렸다.
엄청 쏟아내리다가도 또 금방 멈췄다.

비가 내린 정원은 더 푸르고 수풀 향내가 짙었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이 정원 빈 곳에 꽃을 심고 있었다.
여름이면 활짝 꽃이 펴서 더 아름다울 정원이 될 것이 분명하다.

풍경보다 분수대에 빠진 풍뎅이와 무당벌레를 더 좋아하는 아이다.
그런 아이의 손을 잡아 이끌고 올라간 전망대에서 본 정원의 모습은 절경이었다.

다른 모양의 네모가 섞여 깔끔히 가꾸어진 정원의 모습은 미로와 같았다.

어제 주다 남은 먹이로 오리에게 먹이주기를 시작했다.

오리 먹이는 오리에게만 줘야 한단다.
함께 산 사슴먹이로 양과 사슴에게 먹이를 주기로 했다.

게으른 토끼는 아직 꿈나라에 있었다.
주걱에 먹이를 받아 양들에게 나르기 바쁜 아이는 외쳐댄다.
"또! 또! 줘!"

여유를 즐기려고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이어지는 여행을 선택했었다.
이유야 어찌 됐건 정해진 시간 내에 뭔가 다해야 한다는 조바심으로 가득했다.
일찍 도착한 것도 모자라서 얼리 체크인을 욕심냈고,
3시 정각에 체크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30분 일찍 체크인을 했다.
여유로운 산책은커녕 아이의 손을 잡고 앞서 걷기가 일쑤였다.

'그렇게 다 해야 했을까?'

몇 가지 줄만 놓았다면 더 멋진 여행이 되었을 테다.
우산을 두들기는 시원한 빗소리를 놓쳤으며
쏟아지는 빗물이 몸에 닿을 때마다 까르륵 웃었을아이의 웃음도 보질 못했다.
말로만 여유를 찾았던 나를 반성했다.
조급함을 버리고 숨겨 두었던 느림을 꺼내 놓으면,
그 안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 깨달은 여행이었다.


켄싱턴호텔 (★★★☆☆)
H : http://www.kensington.co.kr/hpc/
A :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진고개로 231
T : 1670-7462
₩ : 180,000원 (디럭스 패밀리 트윈룸 / 수영장 3인 / 조식 3인 포함)

Tips!
-다양한 즐길거리가 많아서 호텔 여행코스를 계획을 세우자.
-캔싱턴가든, 애니멀 팜은 오전 일찍 잡자. (사람 없는 배경 및 배가 부르면 동물이 먹이를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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