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늦은 퇴근이다.
서울의 밤거리에는 회색빛 건물들이 쭈욱 서 있고, 시꺼먼 아스팔트 위로 차들이 붉은 꼬리를 달고 달린다.
어둑한 거리에 똑같은 색의 불빛들만 군데군데 밝히고 있다.
횡단보도에 서서 붉게 켜진 멍하니 신호등을 쳐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말에는 반짝이는 별빛이 있는 곳으로 가볼까?'
'빛과 자연을 테마로한 신개념 문화 공간'이라는 문구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별빛정원우주>이다.
토요일 오후 6시의 하늘은 시꺼먼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여름에 가까워져서 그런지 아직 한 낮처럼 밝았다.
날씨 앱에는 비 소식이 없지만 하늘을 차지한 먹구름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매표소에서 네이버로 미리 예약한 입장권을 보여주고 오렌지색종이 팔찌를 받았다.
(참고로, 아이와 함께라면 네이버에서 미리 '사탕 만들기 체험 키트 / 2,500원'를 함께 구매하면 좋다.)
손목에 찬 팔찌를 확인하는 직원에게 옅은 미소로 인사를 나누고 정문을 통해 들어가는 순간,
툭, 툭.
하늘에서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떨어졌다.
'이게 무슨 일이야!'
달팽이 걸음처럼 느릿하게 걷던 먹구름은 왜 이제야 본성을 나타내는 건지.
우리는 급하게 비를 피했다.
20여분을 기다리니 걸음이 느린 먹구름은 어느새 우리 곁을 떠나고 있었다.
그제야 우리도 제대로 이곳을 즐기기 위해 산책을 시작했다.
유럽식 정원을 빼닮은 로맨틱가든에는 아직 저녁에 있을 쇼를 준비하고 있다.
시간표에 맞춰 15분간 화려한 조명쇼를 한다니 기대가 된다.
카페 <진리> 앞에는 비에 젖은 사각의 대리석 위로 체스 모형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여기가 유일한 화장실이라는 것과 모기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기도 하다. (중요!)
엉덩이로 공기를 끊임없이 빨아들이는 거대한 토끼 풍선이 인상적이다.
거대한 토끼 앞에 선 아이는 신기한 듯 한참을 서 있었다.
나뭇가지로 만든 아늑한 공간에는 달콤한 사탕모형으로 장식을 하고 있다.
물론, <별빛정원우주>의 거의 대부분에는 이 사탕 모형으로 꾸며져 있기도 하다.
얌, 얌.
아이는 그렇게 장식된 사탕을 먹는 시늉을 하며 뛰어다니기 바쁘다.
빙글빙글 도는 팽이 의자가 재미있어서 한참을 돌고 돌았다.
아이들은 어지러움을 못 느끼는지 의문이다.
이곳은 다양한 꽃과 식물들로 잘 꾸며진 정원도 함께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포토 스팟이 곳곳에 마련돼 있기도 하다.
올림픽을 테마로 한 공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리 던기기가 구비되어있다.
고리가 튕겨져 나올 때마다 아이는 한 발짝씩 앞으로 나가는 반칙 본능을 일으키기도 한다.
풀잎에 물을 뿌리는 천사 벽화 앞에서 한껏 비를 피하는 포즈를 취해본다.
테마 공간마다 스마트폰 거치대가 설치되어 있어 편리한 촬영이 가능하다.
또한, 입구에서 삼각대를 대여도 가능하니 밤에 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고자 한다면 삼각대는 필수겠다.
나선식으로 잔디가 깎여진 것이 마치 정말로 우주에서 떨어진 것 같다.
아이는 이곳저곳 숨겨져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찾는 재미가 있나 보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는 요즘, 이렇게 뛰어다니 일상의 답답함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지는 않을까.
아트큐브
손끝에서 예술로 완성되는 새로운 우주를 경험할 수 있는 실내 전시공간이다.
아직 이른 저녁시간이라서 대기 없이 바로 체험할 수 있었는데, 나중에는 길게 줄을 서 있기도 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오로라 같은 화려한 조명이 아름답고 신비롭기만 했다.
실내 전시공간은 두 곳이 마련되어 있는데,
두 번째 공간에는 둥글게 장구들이 놓여있다.
장구를 손바닥으로 치면 둥근 지구와 같은 그림이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이내 사라진다.
사탕이라면 한 번씩 눈도장을 찍고 지나가야 한다.
얌, 얌.
아이가 유난히 좋아하는 미끄럼틀이다.
행여 맨살이 닿아서 쓸릴까 봐 걱정인 아빠 마음은 모른 채 몇 번이고 오르락내리락하였다.
아이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로 뛰다 보니 더위를 식힐 겸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모던한 인테리어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우릴 맞이했다.
그렇게도 커다란 사탕을 '냠냠'거리며 먹었는데도 아이는 사탕을 제일 집어 들었다.
입구 한편에서 사탕 만들기 체험키트를 판매를 했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색 색깔별로 있었는데, 아이는 노란색을 집어 들었다.
3천 원을 내고 자리로 와서 아이와 만들기를 했는데 이 체험이 꽤나 재미있었다.
사탕을 만들고, 케이크를 먹고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오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하늘은 새까맣게 어두워졌고 화려한 불빛들이 바람에 춤을 추고 있었다.
거대한 토끼는 비로소 하얀색을 찾았다.
재미있는 고양이 그림자가 익살스럽기만 하다.
바이올렛 판타지
보랏빛 별빛이 버들나무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춤을 추는 아름다운 숲이다.
만지지 말라고 경고 문구에도 불구하고 계속 손을 뻗게 만든다.
우주 놀이터
발길이 닿는 곳마다 빛이 반짝이는 놀이공간이다.
징검다리를 건너듯 조명만 밟고 뜀뛰기 하는 아이에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터널 갤럭시 101
국내에서 가장 긴 101m의 빛의 터널로 마치 은하수 속을 거니는 듯한 경험이다.
별의 바다
마치 별이 가득 머금은 바다가 파도치는 직접 보는 듯하다.
시간표에 맞춰서 빛과 음악이 조화된 라이팅쇼가 펼쳐진다.
로맨틱 가든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화려한 조명 쇼가 펼쳐진다.
레이져 빔이 쏘아지고 음악에 맞춰 조명들이 춤을 추었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관람객들이 점점 늘어났다.
이른 시간에 입장해서인지 붐벼지는 사람들로 빠르게 퇴장했다.
별빛정원우주는 화려한 야경과 다채롭고 색다른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었다.
지루 할 틈 없이 다양한 테마로 우리 가족에게 즐거움이 가득 차게 하였다.
별빛정원우주 (★★★★☆)
H : www.ooozooo.co.kr
A :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덕이로 154번길 287-76
T : 031-645-0002
운영시간 : 11월~2월 17:00~23:00 / 3월~10월 18:00~23:00
₩ : 대인 - 9,000원 / 소인 - 6,000원 (네이버예약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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