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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어디

우리 동네에서 겨울나기

갑자기 포근했던 하루였다.

오후의 따뜻한 햇살에서 어느새 완연한 봄이 느껴진다.

 

지난겨울 우리 가족은 동네에서 맘껏 눈을 즐겼다.

제법 내려앉은 흰 눈은 목화솜 같은 하얀 꽃을 만들었고,

가느다란 가지에는 흰 눈이 아슬아슬하게 흰 실선을 만들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추억을 생겨났다.

그 겨울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려한다.

 

 

우리 동네 가운데에는 큰 근린공원이 있다.

큰 키를 자랑하는 나무들은 제일 먼저 내리는 눈을 맞이했다.

 

하얗게 흰 눈이 쌓인 길은 아빠와 딸의 놀이터가 됐다.

잠시만 밖을 걸어도 금세 볼이 빨개지고 코끝이 알싸해졌다.

겨울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돌며 시간을 보냈다.

 

 

하늘은 눈을 폴폴 날려주었다.

빨개진 볼에 스쳐 지나가는 눈송이는 딸에 웃음을 만들었다.

 

 

눈 조각을 해보는 시간이다.

수분을 머금은 눈은 제법 단단한 게 잘 뭉쳐졌다.

집게틀로 눈을 모으더니 바닥에 내려쳤다.

툭툭 

뚝딱 눈 인형을 만들어냈다.

 

 

하얀 마이멜로디가 하나 둘 만들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요령이 생겼는지 만드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갔다.

 

 


이참에 눈사람도 만들어본다.

뭉쳐놓은 눈뭉치를 굴리니 금세 큰 눈덩이로 변신했다.

 

 

주위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로 꾸며보았다.

작은 나뭇가지는 팔이 되고, 초록 잎은 눈이 되었다.

딸은 마이멜로디를 머리 위에 토핑으로 놓았다.

 

 

"춥지? 이제 그만하고 집으로 갈까?"

새빨개진 아이의 볼을 실룩이며 아이는 대답했다.

 

"아니, 더 놀 거야!"

 

 



양재천 눈놀이터

 

-개장기간 : 2023년 12월 23일 ~ 2024년 2월 29일 

-운영시간 : 10:00 ~ 17:00

-입장료 : 서초구민 1,000원 / 타시군구민 2,000원

-위치 : 서초구 양재동 126-1

-주차 : 양재 매헌의 숲 공영주차장

-문의 : 02-2155-6214


 

도심에서 즐기는 겨울 체험을 맘껏 할 수 있는 기회가 양재천에 마련되어 주변 아이들을 모여들었다.

그 틈에 우리 가족도 끼여 추억을 남겨보았다.

 

초입구에는 큰 트리가 겨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키오스크에 입장권을 구매하고 종이팔찌를 받아 들었다.

 

입구 쪽에는 매점에서 맛있는 음식냄새가 솔솔 퍼져나갔다.

 

한편에는 빙어잡이 체험할 수 있는 대형수조가 마련돼 뜰채로 빙어잡이에 여념이 없었다.

 

수영장이 있던 곳에는 대형 눈썰매장으로 변신하였다.

100미터가 넘는 유수풀에서는 스노볼(에어볼) 놀이로 웃음꽃이 피었다.

 

 

▷눈썰매 대여 : 2,000원
▷스노우볼 : 3,000원
▷빙어잡이 : 5,000원
▷서초온실하우스 대여 : 1,000원
▶Big3 이용권 : 7,000원

아빠도 정말 오랜만에 썰매를 탔다.

 

"이렇게 찍어서 뒤로 밀면서 타봐"

 

아빠의 말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움켜쥔 막대를 힘껏 내려 찍었다.

그래, 노는 것엔 진심이구나.

 

 

어둑한 겨울의 저녁이 찾아올 때마다,

집에 갈 생각에 아이의 실망감도 밀려왔다.

길고 추운 겨울 하얀 눈은 우리 가족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딸아이는 아쉬운 마음에 눈바닥에 발자국을 남기며 도망 다녔다.

달빛에 은색 꽃가루가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겨울이 그리울게 분명하다.

 

안녕, 겨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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