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봄 햇살을 맘껏 쬐었다.
햇살을 이불 삼아 덮고 아늑한 피크닉 시간을 가졌다.
이제 자리를 비워줄 시간이 되었다.
주섬주섬 우리 물건을 챙기고 들뜬 마음으로 왔었던 반대 길로 향했다.
하루 중 가장 활발하게 타오르는 해가 숲 밖으로 나오는 우리를 쨍하게 맞이한다.
-지난 이야기-
영은미술관 피크닉 / 경기도 광주
프라이빗 피크닉. 어린이 날을 시작으로 한 연휴이다. 이런 시즌에는 어딜 가도 사람들로 가득할게 분명하다. 에버랜드에 관람객들로 빽빽하게 군집한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본 나로서는 사람
meew.tistory.com
미술관 앞, 파라솔 아래의 그림자 속으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그들과 베이커리가게를 사이를 가로질러 매표소로 향했다.
다 쓴 팔레트와 물통을 반납하고 정산을 한다.
계산법은 조금은 복잡하다.
예약을 할 때 25,000원의 예약금을 미리 현금 송금을 하고,
입장할 때 원래 예약했던 총금액을 카드결제를 한다.
정산 시 사용한 물건들이 이상이 없는지 확인 후,
입장 시 했던 결제내역을 카드결제 취소를 한다.
그리고 예약금 25,000원을 빼고 나머지 금액만 결제한다.
매표원은 취소, 승인으로 생겨난 여러 장의 영수증과 카드를 건네주면서 제안을 한다.
"오늘 피크닉했던 사진을 SNS에 올려주시면 전시장에 무료로 입장 가능한데, 그렇게 해보시겠어요?"
그렇게 계획에 없었던 관람을 하게되었다.
매표소에 구비되어 있는 팸플릿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영은미술관은 2000년에 개관한 젊은 청년의 나이대를 가졌다.
화장실 청소가 잘 안 된 것이 걸리지만
그 외에 건물이나 주변은 대체로 깨끗했다.
입장표를 대신 동그란 스티커를 받았다.
잘 보이는 곳에 붙이고 관람하면 된다는 안내도 함께 였다.
딸아이는 고개를 치켜들고선 팔을 뻗는다.
어떤 스티커든 뗐다 붙이는 건 자기가 해야 한단다.
캔버스에 그려진 화려한 스마일, 무한한 꽃을 뿜어대는 빨려 들어갈 것 만 같은 토드홀로우백의 그림을 열고 입장한다.
2022 영은미술관 특별기획전
아낌없이 주는 예술
삶 속에 스며들다
7인 작가의 작품들로 구성된 특별기획전이다.
파인아트, 설치미술, 영상미술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잘 꾸려진 예술 뷔페에 입장한 듯하다.
이상엽
현대 도시를 사각형으로 설정하여 기하학적 도시 풍경으로 시각화한다.
..중략..
캔버스와 영상작품에서 보여지는 다각적 시점은 이동에 전제된 차원의 변주를 상징하며 점점 정보화되어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팸플릿 중-
과거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들어선 집들과 대문 밑에 끼워진 신문은 도토화된 삶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도시를 중첩되거나 서로 걱자 흩어지거나 변화하고, 또한 고도의 성장을 하고 있다.그런 면에서 현대 도시를 픽셀화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 흥미롭다.
조민선
영상 콘텐츠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고, 자연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태도와 감정을 상징화한다.
-팸플릿 중-
백남준 작가가 현재까지 작품 활동을 하였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아니 더 복잡하고 거대했을 것 같다.
송필
물푸레 나무의 껍질을 제거하고 그 속 나무를 스테인레스로 두드리는 반복적인 공정과 용접으로 나뭇가지를 붙여가며 만든 작품이다.
-팜플렛 중-
신라의 금장식으로 화려한 왕관과 같은 유물을 보는 듯하다.
뜨거운 열기로 녹아서 증발되는 듯한 순간을 묘사한 것처럼 중력을 거스르는 장면이다.
토드홀로우백
우리는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것 그 부활의 시작에 있다. 이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다중 사용자 가상 환경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요소이다. 'That Metaverse Vibe'는 끝없는 햇살과 행복의 창조이다. 우리에게 이미지를 공급하고, 그 밑에는 감정을 조작하여 설계된 알고리즘이다.
-팸플릿 중-
노란 스마일 얼굴이 무한적으로 화려한 꽃들을 뿜어댄다.
계속 쳐다보다 보니 뿜어대는 건지 빨려 들어가는 건지 헷갈리기까지 하다.
이예린
햇빛처럼 내려쬐는 새벽 달빛, 창문 그림자.
뙤약볕 아래 쉼터, 나무 그림자, 그림자 세상
인생 여행인 듯 낯선 곳에 누우면 보이는
익숙한 빛 조각 상들리에,
어디를 가나 내방 샹들리에
어디선가 불어오는
노랫소리 같은 바람 휘...바람
휘파람 새소리
자상하게 들려오는 자장가 같은 선물들
오늘도 처음 맞는 오늘, 이곳도 아늑하여라!
-팸플릿 중-
'오늘도 처음 맞는 오늘, 이곳도 아늑하여라!'
이 글귀가 가슴 깊이 와닿는다.
심세움
작품'Wave'는 파도의 파괴적인 에너지와 유기적인 움직임을 디지털로 표현한 작품이다.
-팸플릿 중-
박혜원
여우비가 내리면 예로부터 풀빛은 진해지고 물빛은 맑아진다고 했다. 우리의 삶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장애물처럼 느껴지는 코로나 이외의 많은 일들도 긴 우리의 인생에서는 여우비처럼 잠시 내릴 뿐, 여우비가 내린 후에 풀빛은 진해지고 물빛은 진해지는 것처럼 우리의 삶이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작품 내용이다.
-팸플릿 중-
아이가 가장 재미있어했다.
쿠션 의자에 누워 스크린으로 보여지는 파도를 바라본다.
박용식
장소의 선정이 개인의 역사적 흔적에 의해 진행되었졌지만,
그곳에서 모습의 개인보단 우리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 노트에서-
만취한 강아지가 大자로 널브러진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재미있다.
무엇이 그렇게 힘이 들었을까?
그런 생각에 한편으로는 애잔한 마음까지 들기도 한다.
강건 / 아이고
영은 미술관 제 4전시장
"오랜만에 상자를 열어보았다.
밖으로 꺼내어 두껍고 단단한 포장마저 벗겨보니 그 모습이 드러난다.
그래. 그때, 내가 좋아했던 '나'다.
다시 본 그의 안에는 전보다 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 듯했다.
그중에는 여전히 탐탁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불현듯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대체적인 인상은 회한에 가까운 아쉬움이었다."
-작가 노트 중-
타인과의 관계에서 형성된 자신의 자아를 실과 바늘로 이루어진 인간의 형태로 표현한다.
자화상인 조각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찰과 타자와의 사이에서 느낀 순간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팸플릿 중-
기괴한 모습이다.
탈피하는 무언가.
그 과정이 무척이나 괴로워 보인다.
그의 작품은 '나'와 '타자'의 관계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자아를 담은 과거와 현재의 작품은 전시장에서 관람자와 필연적으로 관계를 맺게 된다.
-팸플릿 중-
낮은 채도 색과 불분명한 선은 어둡다.
불만스러운가 보다.
근심 걱정이 많아 잠 못 이루는 우울함이다.
이 녀석은 더 불만에 가득 차 있다.
심술스러운 모습이 군데군데 묻어난다.
전체적으로 네거티브한 이미지가 전시 공간을 채운다.
작가가 의도했을 터이지만, 불온한 느낌에 그 자리를 떠난다.
전시 관람은 30분 채 안돼서 끝이 났다.
미술관 앞 정원에 떨어지는 햇살은 아직 따듯했다.
'LOVE'를 활용해서 만든 속이 보이는 파프리카 모양의 조형물이다.
배경으로 펼쳐진 수풀의 푸르르한 모습과 어울린다.
넓은 정원이 마음에 드나 보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딸아이의 모자 안으로 땀방울이 흘러내리기까지 했다.
오랜만에 미술관 나들이가 어지럽던 마음을 씻은 듯 맑아졌다.
오붓이 우리 셋만의 공간에서 고요했던 시간 덕분이었다.
영은미술관 (★★☆☆☆)
H : www.youngeunmuseum.org
T : 031-761-0137
A : 경기도 광주시 청석로 300
₩ : 성인 - 8,000원 / 청소년 - 6,000원 / 어린이 - 4,000원
Tips!
-피크닉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하면 무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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