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밤새 굳게 닫혀있던 창문을 열었다.
순간 창문 사이로 선선한 공기가 밀려들어왔다.
그토록 기다렸던 가을이 성큼 방 안으로 들어왔다.
더위가 가시면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풍광이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었다.
나의 문화적 갈증과 딸아이의 놀이적 갈증에는 서로의 키 높이가 달랐지만,
다행히도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예약이 필요한지라 며칠을 취소건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운이 좋게도 토요일, 제일 마직막회에 2명 취소건을 만났다.
가을이 막 시작하는 오늘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는 날이다.

꽉 막힌 도로를 뚫고 도착한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햇살은 어느 때보다 강하게 내려 쬐었으나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눈부신 햇빛에 자연스럽게 찡그린 눈은 거대한 'ㄱ'자의 건물을 향했다.
그 건물이 만든 그림자 속에는 수평의 긴 계단이 놓여있었다.
건물과 계단 사이로 푸른 남산과 파란 하늘이 담겨 커다란 그림이 걸린 듯했다.

어린이박물관은 상시 전시장 입구에서 기프트샵을 끼고 왼쪽으로 향한 길 끝에 있었다.

그 길 끝에 다다를 즈음에 발랄한 조형물이 우리를 맞이했다.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원색의 옷을 입은 조형물은 환영의 춤을 추는 듯 보였다.

'아하! 발견과 공감.'
예약하고 받은 QR코드를 개찰구에 찍고 어린이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동선을 만들기 위해 만든 벽면에는 말을 탄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 벽 사이사이에 유물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이곳 소개를 함축적으로 잘 설명하였다.
전시물 속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 특이점이다.

문명의 발전을 이룬 기술을 이야기하는 전시이다.
핸들을 돌리면 별자리가 돈다는데... 고장이다.
핸들을 내리면 거중기가 움직인다는데.... 핸들이 없다.
처음부터 조금 당혹스럽다.
그래도 전시된 그림과 조형물들의 이야기가 풍성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도르래의 수에 따라 거중기를 들어 올리는 힘이 다르다.
아이는 낑낑대며 몸을 뒤로 누우며 끌어당겼다.
거중기에 매달린 돌이 쓰윽 들어올라 가자 힘을 쓰느라 아이의 눈썹 끝도 덩달아 따라 올라갔다.

검은색 고무망치를 내리치면 화면 속에서 쉬고 있던 대장장이들이 장단을 맞추며 방망이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쿵탁 쿵탁.

문화재를 올려놓으면 엑스레이를 찍는 것처럼 안이 보였다.
문화재 속에 어떤 사실이 숨겨져 있는지를 설명이 화면으로 나왔다.
하지만 5세 아이의 흥미를 끌기엔 조금은 어려운 내용인듯하다.



역시 뭔가를 만드는 것에 재미를 붙이는 아이다.
다양한 모양의 조각들을 모아 붙여 아빠 얼굴을 만들기도 하고 조각을 쌓아 탑을 세워보기도 하며 즐겼다.


석기시대의 레시피를 따라 곡물을 돌로 갈았다.
행여나 무거운 돌에 고사리 같은 손이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아빠 마음과 달리,
돌의 요철에 따라 손으로 전해지는 진동들이 재미있어하며 좀처럼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여기선 더욱더 노동의 강도가 강했다.
아궁이에 장작을 넣어 불을 짚였다.
짧은 시간에 많이 넣을수록 차례차례 LED에 빛이 들어왔다.
아이는 올림픽 게임에 나선 선수인 것처럼 장작을 쑤셔 넣는데 집중하였다.

도자기를 복원하는 공간이었다.
깨어진 도자기가 널브러져 있고 그 모양을 맞춰 도자기를 모양을 찾아 완성하였다.
퍼즐 같은 재미에 몇 번이고 완성했다 해체하길 반복했다.


악기를 둥근 홈에 맞춰 끼워 놓으면 넣은 악기 소리가 났다.
하나 둘 맞춰 오케스트라 연주를 완성해보았다.
춤까지 곁들여가면서.

2층에는 별자리와 해시계를 체험할 수 있었다.
결승점 도착하면 있을법한 반구의 버튼을 누르면 천장에 달린 조명은 아래 위로 움직이며 별들의 춤사위를 보여주었다.

조명이 바뀌어가며 그림자가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째깍째깍 움직이는 그림자가 신기한지 한참을 그곳에 서있었다.


'모두가 어린이'
100살이 된 어린이날을 맞아 '모두가 어린이' 전시이다.
이 전시는 놀이, 선물 그리고 대화를 주제로 3개 공간에 10종의 체험활동을 할 수 있게 구성하고 있다.


커다란 선물상자가 열렸다.
선물상자를 둘러싼 리본을 푸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
풀기도 전에 이미 하늘 높이 뚜껑이 열려 있으니 어디 설레는 마음은 어지간할까.

"어떤 선물일까?"
대관람차의 불빛이 둥글게 반짝이다가 모니터에 선물상자가 열렸다.
아이는 화면 속에서만 나타났다 신기루처럼 금방 사라지는 선물들을 아쉬워했다.

딸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가 되었고, 아빠는 흰머리가 사라지고 어린아이로 변했다.





다리의 모든 근육이 욱신거렸다.
앉아 쉴 곳을 찾아 박물관내에 카페에 이르렀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자마자 목젖을 아래위로 힘차게 움직이며 벌컥벌컥 마셨다.
모히또의 민트향이 강한 애플민트 조각이 입안에 남았다.
잎을 질끈 씹었다.
개운한 청량감이 온몸으로 퍼져만 갔다.

박물관에서의 하루는 시원한 모히또만큼 나에게는 문화적 갈증을, 아이에게는 놀이적 갈증을 해소해주었다.
모든 관람을 끝을 내고 박물관 밖의 풍경은 절경이 펼쳐졌다.
하늘을 찌를 듯 쏟아 있는 남산타워가 정면으로 보이고 파란 하늘은 그림 같은 구름을 품고 있었다.
마치 애플민트를 질겅 씹은 듯 가을향이 옷 깃 사이로 알싸하게 스며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미술관 (★★★★★)
H : www.museum.go.kr/site/child/home
A :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T : 02-2077-9647
Tips!
- 하루 예약 가능 인원 1인당 4인까지, 1일 1회 예약 가능.
어린이박물관 관람 예약
국립중앙박물관,어린이박물관 관람 예약
www.museu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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