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였을까.
처음으로 혼자 걸어서 '국립 대구박물관'에 갔었다.
내가 살던 대구 황금동에 위치한 그곳은 만촌동에 갈 일이 있으면 지나치며 매번 보던 곳이었다.
수평으로 뻗은 현대식의 거대한 건물과 넉넉하게 비워둔 공간 속 작품들이 호기심을 끌었다.
훵하니 비워진 하얀 공간에 오롯이 조명을 받고 있는 하나,
멍하니 그것을 보고 있는 나 또한 시간의 쉼표를 선물 받은 듯 온 세상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살던 동네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을 줄이야.
그렇게 박물관과 미술관은 내가 도시에서 슈퍼마켓 다음으로 좋아하는 공간이다.
그 후로 어떤 도시에 장기간 머물 일이 있으면 꼭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아다녔다.
딸아이도 이러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게 오늘은 우리 가족이 함께 미술관을 가기로 했다.
집에서 차로 20여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임에도 미술관 입구 몇 백 미터를 남겨두고선 늘 막혀 도착시간이 늦어진다.
달팽이 걸음으로 무사히 도착한 주차장에는 즐비하게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미술관 계단을 오르다 널따란 '참'공간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는 설치미술품이 우리를 환영한다.
여름의 뜨거운 날씨에 조형물도 더운지 이글이글 춤을 추는 열기가 눈에 보였다.
입구에서 친절한 미소를 한 남자 직원의 안내를 받아 티겟팅을 했다.
작년 이맘때 오고선 두 번째 방문이다.
"어린이미술관 <너랑 나랑_____> 전시는 코로나 19로 변화된 일상을 경험하고 있는 어린이와 가족이 일상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고 함께 '너와 나,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의미를 찾는 전시."라고 현대미술관은 소개한다.
미술관의 설명은 다소 어렵지만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그림도 그리는 좋았던 기억에 다시 찾은 것이다.
레인보우 색들이 가득한 미술관 내부에는 아이들로 여름 햇살을 담은 듯 생기가 돌았다.
미술 관련 서적들을 읽을 수도 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Part 1. 나를 찾아
픽셀로 표현한 홍승혜 작가의 작품과 지난해에 전시했었던 앤디 워홀의 자화상과 비슷한 느낌의 천경우 작가의 작품이다.
이전에 방문했을 때 아이의 호기심을 오랫동안 끌었던 앤디 워홀의 <자화상>은 여기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커다란 스탬프와 색연필로 자신의 얼굴을 표현해보았다.
스탬프를 꾹꾹
Part 2. 함께 다 같이
서세옥 작가의 '사람들' 시리즈는 전통 동양화를 현대적인 스타일로 표현한 작품이다.
팔을 벌린 여러 사람들의 모습과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숨 막히게 붙어 살아가는 삶의 관계를 보는 듯했다.
<군상>의 그림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조형의 블록들이다.
아이는 블록을 세워서 집을 지었다.
착하게도 아빠의 집도, 엄마의 집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지어주었다.
철사를 구부려 다양한 사람을 표현해 보았다.
꾸불꾸불 휘어지고 꼬여져 가는 철사가 재미있는지 한참을 그 자리에서 친구들을 만들었다.
미술관 지도 위에 관람객들이 만든 사람들로 가득했다.
리사 박 작가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함께한 즐거운 경험들을 떠올리며 동심의 세계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품 <트윙클트윙클>은 반딧불이를 모티브로 관람객이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반딧불이처럼 불빛이 들어오는 인터렉티브 설치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설명 중에서>
이미주 작가는 일상의 순간을 조형적인 이미지로 만들고 불규칙적으로 배열하여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작품을 한다. 작품 <작디작은 우리>는 나, 너, 우리, 뉴 노멀 시대를 구성하는 요소를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관람객은 작품 속을 걸으며 우리는 세상 속 작은 구성 요소 중의 하나임을 느낄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설명 중에서>
Part 3. 주위를 둘러봐: 함께 살아가기
"주변 친구를 그려볼까?"
아빠의 제안에 거침없이 그림을 뚝딱 그렸다.
'누구야?'라는 아빠의 질문에 딸아이는 이것도 모르냐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사과!"
아빠의 제안은 온데간데없이 사과가 그리고 싶었나 보다.
이곳을 방문한 다른 친구들의 그림도 구경할 수도 있고 내 그림도 자랑할 수도 있다.
최호철 작가의 어렸을 적 살던 동네를 그때의 기억을 담아 와우산 중심으로 그린 작품이다.
작가가 사는 집을 찾아갈 수 있는 약도를 그림으로 그려 보내줬으나, 지도를 보고선 찾아올 수 없다며 해서 쓸모 없어진 스케치가 발전하여 그린 작품이다.
크로키를 좋아한다는 최호철 작가는 늘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닌단다.
그래서인지 그의 공간에서는 크로키를 하기에 제격인 장치로 꾸며져 있었다.
세워진 투명한 아크릴판에 그림을 그렸다.
아크릴 벽면 넘어 투과된 배경 위로 그리는 아이의 얼굴에는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크고 신비한 조개를 매개로 한 김유선 작품들을 관람하고 체험하는 공간이다.
형형색색의 셀로판지에 그릴 수 있게 하였다.
<너랑 나랑_____> 전시를 관람을 끝내고, 가족 라운지 및 체험 공간으로 이동했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8월 2일부터 8월 14일까지 어린이와 가족 및 미술관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특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단다.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미술관 여름방학 특별프로그램"
미술관에서 <나를 잇다>
국립현대미술관
기본정보 교육기간 2022-08-02 ~ 2022-08-14 교육장소 어린이미술관 교육실 교육시간 프로그램별 상이 교육인원 32 교육비 0 교육대상 어린이 및 가족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미술관 여름방학 특
www.mmca.go.kr
퍼즐놀이로 대표 작품들을 조각들을 맞춰 보는 공간이다.
자비에르 베이앙 작가의 <말>을 크기가 다른 조각으로 완성하는 퍼즐이다.
한글 자석으로 멋진 풍경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와 다르게 이상한 한글을 단어를 만들어 내었다.
다양하게 잘린 자석 패드를 이리저리 조합하여 작은 동네를 꾸며보았다.
내가 어렸을 적의 '동네'의 의미는 지금과 많이 달라졌다.
동네 친구가 아닌 어린이집 친구, 동네 놀이터보다 집 앞 혹은 공원 놀이터 등 큰 덩어리를 일컫는 동네의 크기가 많이 쪼개지고 세밀화되었다.
친구를 찾아 현관문 벨을 누르고 잠시 숨을 멈추거나 서너 군데의 동네 놀이터를 돌아다 벤치에 앉아 쉬던 그때의 '쉼표'를 어린이 미술관에서 다시 찾은 듯하다.
과천 현대미술관 (★★★★☆)
A : 경기도 과천시 광명로 313
T : 02-2188-6000
관람시간 : 10:00~18:00 (화~일요일 / 1월 1일, 매주 월요일 휴관)
어린이미술관 투어가이드
▶교육기간 : 2022. 07. 19 ~ 08. 31
▶교육시간 : 15:00 ~ 15:30
▶접수시간 : 14:40 ~ 14:55
▶접수장소 : 어린이미술관 입구
▶비용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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