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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Class/예술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 SeMA

by Catpilot 202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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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사진미술관, 빛으로 그린 기억

 

어느 맑은 아침,

도봉구 창동에 단아하게 자리 잡은 새로 열린 미술관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사진만을 위한" 최초의 공립 사진 전문 미술관이라는 문구가 마음 한쪽을 두드렸다.

카메라 조리개를 본뜬 외관이 햇살 아래 은은하게 빛나며 마치 초대장 같았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사진을 매게로 사회와 예술, 사람과 시대를 연결하는 특별한 장소이다.

사진의 영향력과 예술적 가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한다.

단순히 사진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사진이 오늘날의 사회, 문화,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미술관 정보 한눈에 보기

  • 운영시간 : 화~금 10:00~20:00 / 토·일·공휴일 - 하절기 10:00~19:00, 동절기 10:00~18:0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 입장료 : 무료 (연계 워크숍이나 일부 교육은 별도 신청)
  • 위치 : 서울시 도봉구 마들로13길 68 (창동역 1번 출구 도보 3분)
  • 문의 : 02-2124-7600
  • 주차 : 분당 400원
  • 홈페이지 : https://sema.seoul.go.kr/kr/index
 

SeMA

작품명 작품 정보 열기/닫기 광채光彩: 시작의 순간들 작품 정보 닫기 전시장소 사진미술관 전시기간 2025.05.29 ~ 2025.10.12 평일(화–금) 오전 10시 – 오후 8시 토 · 일 · 공휴일 하절기(3–10월),

sema.seoul.go.kr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5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 B1 - 수장고 & 강의실
  • 1F - 로비 & 미디어월
  • 2F - 주 전시장
  • 3F - 프로젝트 갤러리 & 옥상정원

스토리지 스토리 - 사진, 저장에서 기억으로

 

1층 로비, 2층 1·2전시실에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개관을 기념하여 특별전 <스토리지 스토리>를 열고 있다.

이 전시는 단순히 미술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미술관의 탄생 과정을 '하나의 예술 이야기'로 풀어낸 전시이다.

 

 

스토리지 3 : 정멜멜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미디어월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크고 선명한 화면 속 사진들이 천천히 흘러가며 마치 영상처럼 느껴졌다.

 

 

스토리지 3 : 오주영

 

오주영 작가는 AI와 상호작용 기술을 활용해 인간과 기술의 관계, 데이터 윤리 등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가상의 AI 복원사가 사진의 의미와 원본성을 실험하며 만든 작품 4점을 소개한다.

 

 

2025년 개관 준비를 위해 보존복원실에 AI 사진 복원사가 새롭게 취직했단다.

열정적인 복원사는 사진의 숨겨진 의도나 의미를 찾아 본인이 가진 현재의 기술로

사진이 가진 '원본성'을 고민하고, 인간의 작품 '감상'을 학습하기 위해 실험하고 있다.

 

 

책상과 서랍, 벽면 패널을 통해 실제 AI 사진 복원사가 이미지를 인식하고,

복원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패턴과 코드를 <아우라 복원 지표>로 정리했다.

 


 

스토리지 1 : 서동신

 

서동신은 '보는 행위'와 '인식의 과정'을 사진 매체를 통해 탐구한다.

<기능적 함수의 오작동> 시리즈는 총 22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의 색을 제거하거나 여러 사진을 나란히 놓거나 겹치는 방식으로 추상적인 형상을 만들어 낸다.

 

 

<필요에 따라 맞춰지는>은 카탈로그에서 수집한 사진과 직접 촬영한 사진 두 장이 위아래로 배치되어 있다.

작가는 기능적인 이미지를 재배열하여 새로운 의미를 재조명하게 된다.

 

 

원성원 X 권지연 조경가, <숲의 천이>

 

외관이 비틀린 독특한 형태로, 내부에는 작은 언덕이 형성된 환상적인 공간을 만난다.

이 언덕은 조경가 권지연이 원성원 작가와 협업해 만든 것으로,

자연의 변화 과정인 '숲의 천이'를 표현했다.

작품과 함께 숲이 자라는 듯한 생명의 흐름을 공간 속에서 천천히 체험할 수 있다.

 

 

스토리지 1 : 원성원

 

수천 장의 사진을 디지털로 잘라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현실에는 없는 상상의 공간과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초기에는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다가 점차 사회와 인간관계 등으로 주제를 확장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미술관의 건립과 전국 풍경을 바탕으로 만든 6점의 포토몽타주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물, 나무, 모래, 자갈 등 자연 요소를 통해 건축과 자연, 인간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광채 光彩 : 시작의 순간들

 

사진이 한국에서 예술로 자리 잡는 과정을 조명하는 전시이다.

사진미술관이 수집해 온 자료를 바탕으로 사진의 시대적 감각과 사유를 살펴본다.

다섯 명의 작가 작업을 통해 사진의 예술적 전환과 다양성을 보여준다.

 

 

이 전시는 사진사의 빈틈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순간들을 탐색한다.

사진이 지닌 미학적·사회적 의미를 현재적 시선으로 재해석하고자 한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이 전시를 시작으로 비평적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정해창은 1929년 조선인 최초로 사진 개인전을 열었다.

그리고 약 10년간 네 차례의 전시를 이어갔다.

그의 작품은 한국적 정서와 서구 조형 감각이 결합된 독창적 사진 예술로 주목받았다.

마지막 전시 후 사진 활동을 중단하며 "사진은 회화일 수 없었다"는 회고를 남겨 예술성과 기술 사이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형록은 1960년 싸롱아루스를 창립하며 리얼리즘 사진에 조형성과 작가의 주관을 더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기존 신선회 활동은 사회 현실을 조명했지만 표현의 한계와 조형성 부족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

그의 작품 <구성>은 형태와 명암을 강조해 싸롱아루스의 '고차원적 리얼리즘'을 잘 보여준다.

 

 

박영숙은 대학 시절 사진 활동을 시작해 여성 사진가들의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 여성 사진사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여성성과 사회 문제를 다룬 실험적 작업을 통해 성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사진계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이번 전시는 1950~60년대 그녀의 초기작을 중심으로, 여성주의 이전의 감정과 내면을 포착한 시선을 조명한다.

 

 

<광채 光彩 : 시작의 순간들>은 한국 사진이 예술로 확장되는 흐름 속 주요 인물들을 조명한다.

정해창, 임석제, 이형록, 조현두, 박영숙 등 다섯 작가의 활동을 통해 시대별 전환점을 살펴본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진의 예술적 가능성을 실험하고 확대해 왔다.

 

 

이들의 실천은 단순한 회고가 아닌, 한국사진사의 숨겨진 공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전시는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며 사진사의 새로운 해석과 확장을 제안한다.

<광채>는 한국사진사를 다시 쓰는 출발점이자 미래 가능성의 시작이다.

 

 

다양한 작가들의 시선과 시대적 맥락을 통해 한국 사진의 흐름과 가능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옛날 생활의 찰나를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였다.

사진을 통해 기억과 감각, 사회와 인간을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느꼈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단순히 사진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공간이다.

하나하나의 장면 속에서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나는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그날 미술관을 나서며,

아이와 나는 서로의 얼굴을 사진처럼 바라보았다.

언제나 곁에 있지만 자주 놓치는 풍경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그것들을 다시 '보게' 만들어주는 아주 조용하고 깊은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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