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모양으로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푹푹 찌는 날씨에 에어컨 냉기를 벗어나 어딜 나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딸아이는 아빠를 기다린다는 명목 하에 놀이터에서 아빠가 퇴근해서 오기만을 기다렸다.
무더위에 붉게 오른 아이의 얼굴을 보면 집에서 안락함만 추구했던 나의 게으름을 반성하게 된다.
아이의 이마에 땀으로 착살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넘기며 말했다.
"이번 주말엔 재미난 곳으로 가보자."

물놀이와 실내 체험공간이 있다는 소개에 고민도 없이 털썩 예약을 했다.
특히, 주말에는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까지 한 팀만 꾸려 운영한다니 코로나 시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요술책상 라운지> 계절마다 테마를 바꾸어가며 아이의 놀이공간을 제공한다.
이번 테마는 인디언 캠프로 총 네 가지 테마로 꾸며져 있었다.

#1. 아트클래스 해저탐험
입구에서 간단한 안내를 받고 들어서니 알록달록하게 꾸며진 널찍한 공간이 펼쳐졌다.
캠프에 놀러 온 듯하게 꾸며놓은 오두막과 텐트들이 즐비하게 줄지어 자리해있고,
안쪽에는 크기가 큰 에어바운스가 놓여있었다.
여자 스텝 한 명이 주변을 살피던 우리에게 다가와 상냥하게 제안했다.
"스노우파우더 체험을 시작할 건데, 한번 해보시겠어요?

그 여자 스텝에게 이끌려 들어간 곳은 대형 스크린만 환한 불빛을 내는 어둑한 방이었다.
그 방안 가운데에는 커다란 에어 풀이 두 개가 놓여있었다.

우리를 데려 온 직원은 목소리를 한번 더 바꿔가며 체험을 진행했다.
"우리 해저 탐험을 해볼 거예요.
바다 깊이 가면 바다색도 점점 어두워지고 다른 친구들도 만나게 돼요.
먼저 누구를 만나는지 한번 볼까요?"
한껏 톤이 올라간 목소리로 아이의 시선을 유도한 그녀는 짧은 애니메이션을 틀었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하지만, 토끼가 바다 깊숙이 탐험하면서 만나는 바닷속 친구들 이야기인듯하다.

고운 스노우파우더가 깔려있는 커다란 에어 풀에 자리를 잡았다.
흰색 위로 프로젝트가 영상을 띄웠다.
붉은 게가 가장자리에서 나타나면 손으로 꾹꾹 눌러 잡는 놀이를 했다.

모래와 눈 사이의 중간 질감을 가진 스노우파우더를 꾹꾹 눌러대기도 손으로 움켜잡기도 해 본다.
연기처럼 손에서 스르륵 빠져나가는 게들을 어찌 됐건 잡으려 애쓰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더 깊은 바다로 향했다.
스노우파우더를 쌓게 되면 색이 점점 하얗게 빛을 냈다.
그리고 해파리들이 그 주변으로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있는 영상과 스노우파우더놀이를 같이하니 상호작용으로 재미가 배가 되었다.
체험을 끝내고 나오면서 속으로 고마운 인사를 건넸다.
'한 수 배워갑니다.'

볼풀 낚시체험이 이어졌다.
파란색과 민트색 볼들 사이에 다양한 바다 친구들이 섞여있었다.
낚시 줄 끝에 달린 자석으로 바다 친구들을 낚아 올리는 놀이였다.

다양한 어류들이 있어서 잡아서 모으는 재미가 있었다.
잡은 물고기는 옆에 둔 어항에 옮겨 담아 얼마나 많이 잡았는지 한눈에 알 수가 있었다.

많이 잡고 싶은 마음에 줄이 꼬인 낚싯대가 원망스러운 듯 한 숨을 쉬기까지 했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체험은 아이의 집중력을 높여주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아빠도 한껏 들떠서 해저를 탐험하기 바빴다.
"저기, 나타났어! 저걸 잡아야 해!"

#2. 오감만족 어메이징 존
<어메이징 존>에는 커다란 에어바운스들이 있었다.
귀여운 동물 얼굴들이 군데군데 있는 대형 미끄럼틀과 공룡 시소 그리고 정해진 시간마다 운행하는 토마스 기차였다.
그쪽으로 향하는 뒤꿈치가 들린 아이의 들뜬 걸음에서 기대하는 설렘을 엿볼 수 있었다.

얼마나 큰지 에어바운스 미끄럼틀은 천장에 닿았다.
아이들이 계단을 타고 올라가도 아무런 미동도 없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구름 위를 걷는 듯 둥실둥실 뛰었다 앉았다 가만히 걸어가질 않았다.
아이의 웃음소리는 멀리 밖에서 바라보는 나에게 들릴만큼 크게 들렸다.
아이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더니 사라졌다.
이내 다른 쪽에서 나타나더니 겁도 없이 쭈욱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다.

까르륵까르륵 즐거움을 분수처럼 쏟아냈다.

어디서 타봤는지 익숙하게 공룡의 등에 얼른 올라탔다.
안전벨트도 스스로 차더니 어서 출발하라고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내 몸의 무게를 실어 힘껏 꼬리 쪽을 눌렀다.
뒤뚱뒤뚱 에어 바이킹은 춤을 추며 아이를 웃음꽃이 피게 하였다.

토마스를 닮았다고 하기엔 뭔가 어색하다.
삼각형의 짙은 눈썹 문신과 입술에 붉게 바른 립스틱까지 치장이 너무 화려하다.
"토마스 기차 운행을 시작합니다. 어서 모이세요~"
직원의 안내 소리에 아이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맨 앞 좌석에는 혼자 탑승하고 나머지 칸에는 둘이서 마주 보며 앉았다.
다 앉은 아이들을 확인 후에 짙은 화장을한 토마스 기차는 둥근 선로를 따라 움직였다.

속도가 생각보다 많이 느렸다.
아이는 재미있는지 지루한지 모를 표정을 마스크 안에 숨긴 채 앉아 있었다.

#3. 정글 인디언 캠프
인디언 테마로 꾸민 이색 체험존으로 스티로폼을 나무못을 박아 만들기 체험을 하는 곳이다.

파스텔톤의 크기가 다른 나무못과 나무망치 그리고 장식들이 구비되어있었다.

툭툭 망치질하는 것이 재미있나 보다.
모양은 상관없이 잡히는 못을 박기만 했다.

푹푹 찔려 들어가는 나무못에서 만족스러움을 느끼는 듯해 보였다.
딸아이는 집중할 때마다 입술을 빠는 버릇이 있는데, 이미 아이의 입술은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캠프의 낭만을 잘 옮겨 놓았다.
요리놀이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음식 재료를 화로에 올리기 시작했다.

재료가 못마땅한지 이곳저곳으로 무언가를 찾으러 다녔다.

한 바구니에 가득 음식 재료를 담아서 오더니 요리에 빠져들었다.
한 참을 앉아서 놀길래 아이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이게 그렇게 재미있어?"
예상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엄마, 아빠 배고플까 봐 맛있는 요리해주는 거야!"
어떻게 배꼽시계가 울린 것을 알아챘을까.
아이에게 어서 끝을 내고 올라가서 맛있는 햄버거 먹자고 슬쩍 운을 띄웠다.
하지만, 아이의 결정은 단호했다.
"여기서 이거 다 먹고 가야 해!"

요리놀이가 끝이 나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요리 도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어린이집에서 놀이가 끝이 나면 이렇게 스스로 정리를 하는 모양이다.
여기서 의문이 들었다.
'왜 집에선 정리하지 않을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서 내리면 바로 작은 휴게공간이 나왔다.
체크무늬의 돗자리로 저마다 자기 구역을 이미 차지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옥상 문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오는 길에 맥도널드에서 산 햄버거 세트와 너겟을 펼쳐놓고 우걱우걱 허기를 채우기 시작했다.
(참고로, 만가대 사거리에 맥도널드, 버거킹,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로 이용 가능)

#4. 야주수 워터파크
야자수로 꾸며진 루프탑에서 즐기는 시원한 물놀이 체험하는 공간으로 다양한 종류의 에어바운스와 에어 풀이 있다.

-여자 아이 탈의실
오늘은 구분은 없는 듯하나 입구에 떨어져 있는 안내판이 이곳이 여자 아이의 탈의실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남자아이 탈의실
남자 아이 탈의실은 안쪽 가운데에 위치해 있는데 좀 더 오픈된 공간이었다.

물이 흘러내려서 미끄러울 것 같았다.
아이에게 조심해서 올라가라고 미리 주의를 주었다.
아빠의 진지한 말에 아이는 달팽이 걸음으로 에어바운스에 올랐다.
그리고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데 그 속도 엄청 빨라서 아이도 스스로 놀란 듯 보였다.
물에 엉덩이를 담그고 앉은 아이에게 물었다.
"무서웠어?"
아이는 고개를 젓더니 웃으며 나에 귀에다 대고 외쳤다.
"또, 또 탈래!"

물총 싸움을 할 수 있는 에어 풀장이다.
아이들로 가장 붐비는 곳으로 물총 세례가 여기저기에서 날아왔다.

테라스 쪽에 있는 에어 풀장에는 이용하는 아이들이 없었다.
이유는 남자 스텝 두 명이서 안전과 놀이를 담당하는데 이곳에는 잘 오질 않기 때문이었다.

혼자 차지한 풀장에서 아이는 한참을 놀았다.
물총도 쏘아대고 발목까지 오는 물에 누워 헤엄쳐 보기도 하면서 토요일 한낮의 여름을 보냈다.

요술책상 라운지 (★★★★☆)
H : https://url.kr/hyscgj
A : 경기도 의정부시 만가대길 54 본관 아이누리교육 1층
T : 1566-6326
P : 유아 - 23,000원 / 보호자 - 5,000원
B : 네이버 예약
Tips!
-음식은 3층에서 섭취 가능하니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하자.
-실내 에어컨 냉기가 있어서 물놀이를 제일 마지막 코스로 잡자.
-3층에는 돗자리가 구비되어 있고, 아쿠아 슈즈와 모자는 꼭 챙겨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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