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년의 시간을 걷다
오랜만에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마음이 답답하고 사색이 필요한 요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이곳이야말로 최고의 힐링 장소가 아닐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관람 정보
- 관람시간 : 월,화,목,금,일-10:00~18:00 / 수, 토 10:00~21:00
- 옥외전시 : 07:00~22:00
- 관람문의 : 02-2077-9000
- 휴관일 : 1월1일, 설날, 추석 당일
- 관람료 : 무료
- 주차요금 : 2시간 2,000원 (이후 30분 당 500원)
Home
국립중앙박물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www.museum.go.kr

거울못과 정원의 여유
박물관 앞마당의 거울못은 잔잔한 물결 위로 하늘을 담고 있었다.
이곳에서 잠시 벤치에 앉아 쉬어가는 시간이 참 좋았다.
도심에서 이런 여유로운 공간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자연과 역사가 만나는 공간
연못을 둘레를 따라 걷다 보면 '거울못 식당'을 만난다.
여기서 용산가족공원 이어지는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야외 갤러리였다.
석조여래입상과 석관, 홍제동 오층석탑의 석조물 정원과 '미르 못', '미르 폭포'는 숨겨진 호젓한 공간이다.

석조문화재의 웅장함
야외에 전시된 석조문화재들은 실내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감동을 준다.
특히 각종 석탑과 석등, 석조 조각상들이 자연 속에서 보여주는 조화로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이 석조물 앞에 서니, 시간의 무게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전통 조경의 아름다움을 담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우리 고유의 순우리말이다.
이 이름이 박물관이 자리한 '용산'이라는 지명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용이 사는 산, 용산에 위치한 박물관에 용을 뜻하는 미르폭포가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미르폭포는 단순한 인공 폭포가 아니다.
이곳은 우리의 전통 조경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미르폭포에서 시작된 물은 '미르못'을 거쳐 '배롱나무못'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추구했던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현재에 되살린 것이다.

상설전시는 마치 보물창고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듯,
모든 이에게 무료로 그 품을 내어준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펼쳐지는 광활한 전시공간은 마치 시간의 미로와도 같아서,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속삭이며 관람객을 부르고 있다.
그 풍성함 앞에서 방황하게 만드니, 우리는 2층 사유의 방, 기증관, 외규장각 의궤를 살펴보기로 했다.

미리 몸을 가볍게 만들어보자.
화장실과 사물보관함은 박물관상품관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또한 휴대폰 충전, 식수대, 유아차·휠체어 대어 등 시설과 서비스를 이곳에서 받을 수 있다.

시야가 확 트이는 으뜸홀
박물관 입구 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만나게 되는 으뜸홀은 정말 압도적이다.
1, 2, 3층을 어우르는 높은 천장으로 시야가 확 트이는 이 공간은 박물관 전시실로 통화는 관문 역할을 한다.
관람객들의 효율적인 이동을 위해 각 층의 전시실이 좌우의 양 날개처럼 펼쳐져 있는 설계가 인상적이다.


2층 전시실은 각 공간마다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사유의 방 : 마음을 다독이는 특별한 공간
2층 관람의 하이라이트부터 찾았다.
한국 불교 조각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국보 78호와 제83호 반가사유상이 있는 이 공간은 특별하다.
천장의 21,000개 알루미늄 봉이 만들어내는 별빛 아래,
두 분의 보살님이 천 년 넘게 지켜온 그 환상적인 미소를 바라보고 있으니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듯했다.

황토와 계피를 섞어 만든 벽면의 따뜻한 색감과 비스듬한 설계는 공간을 더욱 넓고 포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보다 600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보다 1,400년을 앞선,
우리의 보물 앞에서 깊은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기증관 : 새롭게 태어난 나눔의 공간
국립중앙박물관 2층을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다른 전시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공간을 만나게 된다.
바로 '기증관'이라는 곳이다.
최근 새롭게 개편된 이 공간은 단순히 기증품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문화재 기증의 깊은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거듭났다.

복합적 문화 공간으로서의 기증관
기증관에 들어서면 일반적인 박물관 전시실과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기증품 전시를 감상하며 쉴 수 있는 라운지,
기증과 관련된 자료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아카이브가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관람객들이 더욱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기증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기증 1, 2, 3, 4실의 새로운 체제
기증관은 새롭게 4개의 공간으로 편성되었다.
각 공간마다 깊은 사연과 의미를 담은 주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문중에서 대대로 지킨 문화유산, 국외로 반출되었다가 돌아온 문화유산,
예술가들이 애장하며 창작활동의 원천으로 삼았던 문화유산과 같은 주제들로 묶어 보여준다.











기증 문화유산 중 가장 많은 수량을 차지하는 토기와 도자기를 '흙'이라는 주제로 자유롭게 섞어 전시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동시대 또는 시대를 거치며 그 조형성이 공유되고 계승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재 기증의 현대적 의미
현대 사회에서 문화재 기증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문화재는 한번 손실되면 복원이 불가능한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다.
개인 소장가들의 기증을 통해 이러한 문화재들이 전문적인 보존 관리를 받아 후세에 전해질 수 있다.
또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한다면 기증관을 꼭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화려한 유물들로 가득한 다른 전시실들과는 다른 차분하고 성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기증 1, 2, 3, 4실로 구성된 새로운 기증관은 단순히 기증품들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다.
나눔의 가치와 문화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교육적 공간이자,
우리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다.

박물관 중앙홀을 지키는 거대한 수호자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징적인 국보인 경천사지 십층석탑은 웅장한 중앙홀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처음 이 탑을 마주했을 때의 압도적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높이만으로도 경이롭지만,
탑의 모든 면에 빼곡히 새겨진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장관은 그야말로 숨이 막힐 정도다.
조상들이 꿈꿨던 하늘로 향한 염원을 엿볼 수 있었다.


145년 만의 귀향, 그리고 새로운 시작
새롭게 문을 연 '외규장각 의궤실'에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의해 무단 반출되었던
조선 왕실의 소중한 기록물들이 145년의 긴 여정을 마치고 2011년 고국의 품으로 돌온 이야기 말이다.

왕실의 비밀 서고, 외규장각을 만나다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이 든다.
외규장각은 정조의 명으로 강화도에 설치된 조선 왕실의 중요 기록물을 봉안하던 장소였다.

이화여대 김현대 교수가 설계한 전시공간은 실제 외규장각 내부와 비슷한 규모로,
내부에 기둥과 문살을 설치하여 당시 '왕의 서고'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현했다.

전시실의 기본 콘셉트는 조선시대 '반차도'에서 착안한 것으로,
행렬의 질서감각과 운율감이 공간 전체에 스며들어 있다.
위계와 균형, 대칭과 조화가 어우러진 공간 디자인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조선 왕실의 품격과 위엄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문화유산이 살아 숨 쉬는 디자인 상품들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모티프로 한 독창적인 디자인 상품들이 가득한 곳,
박물관상품은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문화 향유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전시장에서 감상했던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일상 속에서 계속 만날 수 있게 하고,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워준다.
전시 관람과 함께 박물관상품관에서의 특별한 쇼핑 경험도 놓치지 말기를 권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시간 여행이자 마음 치유의 시간이었다.
거울못에서 시작된 여유로운 산책,
으뜸홀과 역사의 길에서 느낀 웅장함,
2층 특별한 공간에서 만나는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예술혼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특히 사유의 방에서 경험한 그 고요하고도 평안한 시간,
그리고 미르폭포까지 이어지는 석조물 정원에서의 호젓한 산책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완전히 잊게 해 주었다.
해외에서도 인기 있는 이 특별한 공간에서 힐링이 필요한 모든 분들께 국립중앙박물관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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