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놀이터 / 국립한글박물관 용산

오랜만에 손 편지를 받았다.
꿀렁꿀렁 춤을 추듯 쓴 글 위로 하트 목걸이 그림을 곁들인 편지였다.
이 멋진 선물의 주인공은 사랑스러운 딸이다.
아이의 진심이 담긴 속마음을 영원히 남을 흔적으로 받으니 절로 환호성이 나왔다.

아이는 요즘 들어 부쩍 한글에 관심이 많다.
"아빠, '이OO' 어떻게 적어? 김OO은?“

어린이집 친구 이름을 하나씩 나열해가며 종이에다 적어달라고 졸라댄다.
내가 적어 준 글을 곁눈질로 컨닝해가며 따라 적는다.
삐뚤삐뚤 제 멋대로인 글씨에 비해 자세는 어느 서예가의 필력이 느껴질 만큼 손에 힘을 쥐어 써 내려간다.

딱히 글을 일찍 가르치지 않으려 했다.
보이 것을 글자에 현혹되지 않고 자유롭게 보고 느끼길 바라서였다.
어느 순간 아이는 글을 눈에 담기 시작했고 종이에다 쓰고 싶어 했다.
'한글에 관심이 가졌을 때, 더 재미있게 배워 볼 방법은 없을까?'
그렇게 고민하다가 찾아간 곳은 용산에 있는 국립한글박물관의 '한글놀이터'이다.

주말 예약은 하늘에서 별따기만큼 불가능에 가까웠다.
별 수 없이 평일에 하루 연차를 내서 '한글 놀이터'를 방문했다.

-예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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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의 3층에 위치한 '한글놀이터'는 입구부터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입구 한켠에 신발을 다소 곤히 벗고 입장하니 파스텔톤의 알록달록한 실내 놀이터가 나타났다.
군데군데 한글 자음과 모음이 눈에 띄었고 다양한 구조물이 체험거리가 많을 것이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새 나의 손을 놓은 아이는 벌써부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ㄴ매달리기>
거인국의 케이크 위 장식처럼 마시멜로우에 꼬지가 꽂혀 있는 모습과 같았다.
아이는 징검다리처럼 쿠션을 밟아가며 즐겨본다.

다양한 자음이 쓰인 버튼들이 모여있는 미끄럼틀 밑 터널 공간이다.

울퉁불퉁 핑크색 동굴 속에는 천장에 'ㅁ,ㅂ'자가 숨어 있었다.

<그물놀이터>
그물 속에는 'ㅅ,ㅈ,ㅊ' 등이 숨어 있어 찾는 재미가 솔솔 하다.

아이는 그물 위로 방방 뛰어올랐다.
몸과 반대로 들썩이는 머리카락에서 아이의 즐거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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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 / 꿈꾸는 나의 방>
자음을 터치하면 각 자음에 맞는 친구들이 나타나는 미디어 아트 공간이다.

보랏빛 밤하늘을 터치하면 손이 닿는 곳을 따라 별이 반짝였다.
별은 이름이 되기도 하고 그림이 되기도 한다.

<미디어 아트 / 우리 동네 한 바퀴>
동네 상점들이 즐비하게 그려진 미디어 아트 벽면에서 글자를 만들어 간판을 만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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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놀이터의 다양한 모양의 젤리 캐릭터 친구들이 있다.
기꺼이 익살스럽게, 귀여운 표정으로 아이들의 사진 배경이 되어준다.

한글 블럭을 조합해 글자를 만들면 벽면의 옥외 광고처럼 스크린 화면에 나온다.
한글놀이터는 이러한 상호작용하며 즐기며 한글을 체험할 수 있는 재미는 요소가 가득했다.

50분이라는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졌다.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곱게 벗어 뒀던 신발을 찾아 신었다.
아이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직원분이 파란색 '젤리 친구 지우개'를 선물했다.
딸의 얼굴은 옅은 미소로 환해졌다.

아이와 길을 걷다가 아는 글자가 나오면 소리 내 읽어댄다.
"안. 내. 문!, 약. 국!"

아이는 행여나 아는 글씨가 나올까 한글 글씨에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니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길에 붙은 광고 내에 나무 위에 핀 솜사탕보다 '00 은행'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아이의 엉뚱한 상상력이 그리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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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놀이터 (★★★★★)
H : www.hangeul.go.kr
A :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9 국립한글박물관
T : 02-2124-6200
주차 : 기본 2시간 - 2,000원 / 이후 30분당 500원
입장료 : 무료

Tips!
-사전 예약 : 1주 전 (0시에 오픈) / 당일 예약 : 2~7회 차 30분 전 예약하기
-박물관관람 하다가 회차 30분 전에 당일 예약(선착순 10명)이 수월한 편임.
-9세 미만 어린이 체험가능 / 가장 흥미 있을 나이대 : 5세, 6세
-양말 꼭 착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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