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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Class/예술

청계산 자락에 숨겨진 보물, 세계 최초 오디오 박물관 '오디움'

by Catpilot 2025.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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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서 만난 소리의 성지

 

청계산 자락 조용한 언덕에 세계 최초의 오디오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바로 '오디움(Audeum)'이다.

이곳은 정부가 만든 일반적인 박물관이 아니다.

KCC 정몽진 회장이 수십 년간 열정적으로 수집해 온 오디오 관련 컬렉션을 선보이는 사립박물관으로,

정 회장의 사재 500억 원을 투입하여 건립되었다.

 

무료로 관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 도슨트 투어까지 제공한다니,

안 갈 이유가 없다.

격주 화요일 오후 2시 티켓팅 전쟁을 뚫고 마침내 얻어낸 입장권으로 다녀온 후기를 공유한다.

 

 

오디움 기본 정보

  • 위치 : 서울 서초구 헌릉로8길 6
  • 운영시간 : 목요일 ~ 토요일 / 오전 10시 ~ 오후 5시
  • 휴관일 : 일요일 ~ 수용일
  • 관람료 : 무료 (도슨트 프로그램 포함)
  • 관람방법 : 온라인 사전 예약
  • 홈페이지 : https://www.audeum.org/
 

Audeum

Audeum Audio Museum

www.audeum.org

1877년 유성기 발명 이후 150년간의 오디오 발전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 보존, 연구 및 전시하는 이 특별한 공간은 "좋은 소리" 또는 "정음"에 대한 탐구를 목표로 한다.

 

예약 전쟁과 꿀팁

 

홈페이지에서 격주 화요일 오후 2시에 예약이 열린다.

요즘에는 알려지면서 5분 안에 매진되는 상황인 듯싶다.

특히 10시 타임은 모르티어에서 흘러나오는 오르골 소리를 청음 할 수 있어서 가장 빨리 소진된다.

 

예약 방법 

  1. 일반 성인 1명, 성별 체크
  2. 날짜 선택
  3. 시간 선택
  4. 휴대폰 번호 인증 후 카톡으로 확인

꿀팁

  • 점심시간과 이어져서 좀 더 여유롭게 진행되는 11시 타임 추천
  • 사진 촬영 가능, 동영상 촬영 불가
  • 큰 도로에서 진입 후 지하 정문 주변으로 이어지는 구마 겐고의 건축미를 감상

 

구마 겐고가 설계한 건축 예술품

 

오디움의 외관은 일본 건축가 구마 겐고가 설계한 국내 최초 건축물로, 

알루미늄 파이프 2만 개가 수직으로 건물을 감싸며 빛과 그림자가 마치 숲에 스며드는 효과를 내도록 한

'도심 속 자연' 콘셉트가 특징이다.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박물관 내부까지 이어지는 쇠파이프의 향연이 압도적이다.

내부 전시실 벽은 나무로 단차를 두어 흡음력을 높였고,

디자이너 히라 켄야는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인 스피커 형태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의 심벌마크'를 표현했다.

 

 

일찍 도착하면 편백 나무향이 진동하는 영상 상영관에서 대기한다.

건축가 쿠마 켄고의 오디움 건축에 관련 이야기, 디자이너 하라 켄야의 브랜딩 디자인의 협업의 이야기

그리고 오디오 뮤지엄 오디움의 설립자인 정몽진의 비전을 관람할 수 있었다.

 

 

전문 도슨트와 함께하는 소리 여행

 

도슨트 투어는 소리연구소 소속 박사님이 직접 진행해 주신다.

3층부터 아래로 내려가며 각 전시실마다 스피커에 대한 설명과 음악을 들을 할 수 있었다.

 

 

1-2 세션 : 스피커의 역사와 가치

 

스피커의 시작은 거실에 놔뒀을 때 멋이 나는 큰 스피커였다고 한다.

음질보다 가격이나 디자인이 더 인기의 척도가 되었다는 사실도 있었단다.

 

 

3 섹션 : 미국 vs 독일 스피커의 차이

 

흥미로운 것은 두 나라의 스피커 발전 방향이 완전히 달랐다는 점이다.

1930~40년대가 오디오의 황금기였는데, 

독일은 전쟁 중이라 큰 성장을 하지 못했다.

대신 전쟁 선동 시 목소리가 더 확실하게 들리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반면 미국은 소비 붐이 일면서 극장용으로 발전을 이뤘다.

전문가들은 스피커의 기술적 부분은 이미 1930년대에 완성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4 세션 : 프로용 녹음 장비

 

목적 자체가 프로 녹음용으로 만들어진 장비가 전시된 공간이다.

가사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설명과 함께 알리의 "미워요"를 들었다.

가사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려서 신기했다.

 

 

5 세션 : 에디슨 축음기

 

복도를 이동하며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따뜻한 채광을 볼 수 있다니 하며 감탄했다.

복도를 따라 즐비하게 줄 서서 맞이한 것은 에디슨의 축음기였다.

미려한 디자인에 고급스러움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두루마리 휴지 심지 모양의 음반은 보통 2분, 길면 최대 4분짜리였고,

만들기도 힘들어서 엄청 비쌌다고 한다.

 

 

두루마리 휴지 심지 모양의 음반이 총 24개까지 넣을 수 있었던 쥬크 박스이다.

이 축음기는 LP판 탄생의 배경이기도 하다.

에디슨이 탐욕 때문에 다른 업자들의 제안을 거절하자, 

그들이 LP판을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6-7 세션 : 극장용 스피커

 

설립자의 은사님이 기증하신 스피커가 있는 방에서는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아름답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최초의 극장용 스피커를 경험했다.

백지영의 "무시로"와 비틀즈의 "Yesterday" 두 곡을 감상했다.

공간을 울리는 애절함과 서정적인 소리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8 세션 : 카메라 컬렉션

 

하얀 벽면에 수백 개의 카메라가 전시된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우와"라며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수집과 기록>

 

전시실 아래에 사진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것은 오디움 개관을 기념하여 후카오 다이키와 함께하는 아카이브 사진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1890년대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오디움의 소장품을 기록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후카오 다이키의 국내 최초 개인전이기도 하다.

 

 

9 세션 : 오르골과 스타인웨이 피아노 오르골

 

1층에는 다양한 종류의 오르골과 스타인웨이 피아노 오르골을 볼 수 있었다.

코인을 넣으면 피아노 건반과 안에 들어간 악기들이 저절로 움직이며 노래가 흘러나오는 뮤직박스가 인상적이었다.

 

 

이 스타인웨이 피아노 오르골은 경주에 위치한 '오르골 소리박물관'의 작품을 인수한 것이라고 한다.

 

 

10 세션 : 오디토리움

 

거대한 사이즈의 대형 오르골과 패브릭 소재로 마감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공간이다.

지하 2층에 네 개의 기둥에 흰색의 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패브릭을 입고 있었다.

 

 

가운데에 모르티어라는 거대한 오르골이 화려한 장식으로 우뚝 서있다.

얼마 전 어렵게 기술자를 초빙해서 수리를 마쳤단다.

하루에 한 번, 오전 10시 프로그램에서만 오르골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모르티어 반대편에는 LP11만 장, CD 1만 장 총 12만 장의 음반이 전시로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오디티움의 벽면을 따라 가득한 음반 컬렉션을 놀랍기만 하다.

 

 

600여 장의 비틀즈 음반들은 상태가 좋았는데, 시장에 나올 때마다 매입해서 업그레이드한 결과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무려 1개 스피커당 3,500석을 수용할 수 있는 1930년대 스피커 두대로 노래를 5곡 정도를 들었다.

피아노와 트럼펫 소리가 잘 들리는 것이 특징이라는 해설도 더했다.

 

 

KCC 정몽진 회장의 사재로 만들어진 이 특별한 공간은 단순한 박물관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소리에 대한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후세에 전하려는 한 사람의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서울에 이런 보물 같은 공간이 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격주 화요일 오후 2시, 티켓팅 전쟁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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