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 앞 서울역광장은 초록 깃발로 물들고,
그 중심에 자리한 문화역서울284는 올해로 개장 100주년을 맞이한 옛 서울역이자 현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시간이 멈춘 듯한 옛 건물은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특별한 공간이 되어,
지금 이곳에서 아주 의미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바로, <우리들의 낙원>이다.

전시 정보
- 기간 : 2025년 6월 13일(금) ~ 7월 27일(일)
- 시간 : 오전 11시 ~ 오후 7시 (입장 마감 : 오후 6시)
- 장소 : 문화역서울284
- 요금 : 무료
- 휴관 : 매주 월요일
- 문의 : 02-3407-3505
- 홈페이지 : https://www.seoul284.org/main
문화역서울284
전시 문화역서울284 기획전시 《우리들의 낙원》 운영기간 : 2025-06-13 ~ 2025-07-27 공연/행사 RTO365 영화 프로그램 <흔들리는 플랫폼 위의 목소리> 운영기간 : 2025-06-29 ~ 2025-07-06 공간투어 문화역서울28
www.seoul284.org

'우리들의 낙원'이란?
입구에는 무료로 짐을 맡길 수 있는 락커가 마련되어 있어 관람이 무척 편리했다.
전시는 1층과 2층 전체에 걸쳐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출발과 도착, 희망과 기대가 공존하는 장소성을 바탕으로
'행복'과 '이상향'을 탐구하는 기획전시로,
무엇보다도 서울역이라는 공간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이번 전시의 주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듯 느껴졌다.
21명의 작가들이 탐구한 각기 다른 낙원의 의미를
VR, 사진, 설치, 영상, 몰입형 미디어아트, 인공지능, 조각,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대와 사회를 관통하는 이상향의 의미를 담아 선보인다.
Tip. 이상욱 작가 전시(VR체험)는 1회당 1명만 체험할 수 있어 사전 예약하고 방문해야 한다.
사전 예약 링크 ▼
네이버 예약 :: [우리들의 낙원] VR 프로그램 예약
[Virtual Database Pavilion] 본 프로그램은 직접 체험하며 감상하는 참여형 작품으로, 미래 랜드마크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이 작품은 관객이 직접 MR 공간을 거닐며 경험하는 참여형 설
booking.naver.com
현대 사회 속 이상향을 탐구하는 예술 여정
과거 서울역에서 품어왔던, 느꼈었던 설렘을 안고 어둠 속 공간으로 출발한다.
다양한 예술가들이 해석한 '낙원'을 만나러 떠나보자.

성장과 변화의 기록
<핑크 블루 프로젝트> 윤정미 작가
윤정미 작가의 <핑크 블루 프로젝트>는 성별에 따른 색깔 선호가
사회적 관념에 의해 형성된다는 통찰에서 시작된 장기 프로젝트이다.
작가는 어린이들을 촬영한 후
10년 뒤 같은 모델을 다시 찾아가 촬영하는 방식으로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기록했다.


달콤한 욕망의 은유
<사탕 시리즈> 구성연 작가
구성연 작가의 <사탕 시리즈>는 부귀와 번영을 상징하는
모란꽃을 형형색색의 사탕으로 재해석한 독특한 작품이다.
전통적으로 길상의 의미를 담고 있던 모란이 현대적 감각의 사탕으로 변모하면서,
물질적 풍요에 대한 현대인의 욕망을 달콤하면서도 인공적인 이미지로 표현했다.


거주의 본질을 묻다
<부(浮) 부동산> 이원호 작가
이원호 작가의 <부(浮) 부동산>은 서울역과 영등포, 남대문 지하상가를 돌며 노숙자들에게 구입한 종이박스로 만든 집이다.
작가는 이 종이박스들을 모아 가건물을 세우고 넉넉한 지붕을 얹어 완성했다.
등기부등본이 필요 없는 이 공간은 그저 추위를 피하고 몸을 누일 수 있는 최소한의 거처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정작 우리 마음속 빈방에는 작은 불 하나라도 켜져 있는지를 묻는다.
노숙인의 손때가 묻은 종이상자 집이 전달하는 거주와 생존의 의미는
현대 사회의 주거 문제와 인간의 기본적 욕구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폐허 위를 걷는 인간, 새로운 상상력의 탄생
<타이거 울프> 박경근 작가
<타이거 울프>는 팬데믹 이후의 명동 거리를 배경으로 한 남자가 걸어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폐허처럼 변한 도심 속을 무심히 걷는 한 남자의 모습을 통해
현대 문명 속 인간의 무기력함, 해체된 질서, 잃어버린 중심을 조용히 응시한다.

배타적 낙원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
<걱정이나 근심이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 이창훈 작가
이창훈 작은 '파라다이스'의 사전적 의미를 점자와 백열전구라는 시각적 언어로 표현한다.
2016년 제작된 이 가변 크기의 설치 작품은 현장에서 직접 제작된다.
모두에게 공평하고 평등하게 열려 있어야 할 낙원이라는 개념이 실제로는 얼마나 배타적이고 닫혀 있는지를 날카롭게 되묻는다.






기술과 생명의 경계
<진화적 키메라 - 가이아> 노진아 작가
<진화적 키메라 - 가이아>는 인공지능과 결합된 상호 작품이다.
눈을 깜빡이고 시선을 움직이며 입도 움직이는 이 작품은 관객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
관객의 목소리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가이아는 과거의 기억과 문명, 기술의 흔적을 모두 간직한 채 등장한다.

머리만 남은 가이아의 모습은 과거보다 더욱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지며,
기술 발전과 인간성의 관계, 그리고 미래 문명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 기술과 생명의 경계에서 우리가 향해 가는 미래의 모습을 성찰하게 만드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변하지 않은 현실에 대한 11년간의 증언
<병치-그늘> 윤동천 작가
윤동천 작가의 이번 작업은 2014년 신세계백화점에서 선보였던
<병치-그늘>을 11년 만에 다시 재현한 것이다.
작품 속에는 '결혼, 취업, 연애 운을 부른다'는 <희망 알약> 시리즈와
푸시킨의 시와 함께 병치된 폐지와 공병이 나란히 놓여 있다.
작가는 이 병치된 사물들을 통해
희망과 절망, 돌봄과 방치, 말의 힘과 무력함 사이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가장 작고도 깊은 위로를 제안한다.

침묵된 목소리들을 위한 연대
<비비디바비디부_내일은검정_우린 알아_우리가 다시> 김기라 작가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따라 들어간 공간에는 큰 스크린 속 밴드의 공연 장면이 담겨있었다.
김기라 작가는 기억되지 못한 사람들, 들리지 않는 목소리,
환영받지 못한 진실을 동시대 미술이라는 담론의 장 안으로 끌어들이며,
한 개인의 삶이 어떻게 공동의 감각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 탐색해 왔다.

노동자의 꿈과 현실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 양정욱 작가
양정욱 작가의 키네틱 조각 작품은 깊은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작가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깊은 밤 경비 초소에서 졸고 있는 경비원의 모습을 목격한 기억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 작품은 야간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과 그들이 품고 있을 꿈을 기계의 움직임과 소리를 통해 표현한다.

서울이라는 떠다니는 섬의 기록
<플라스틱 아일랜드> 최수앙 작가
<플라스틱 아일랜드>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아오며 목격하고, 겪고, 감내해 온 변화의 축적을 조형적으로 드러낸 작업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유독 많은 이사를 경험했고,
그 속에서 서울은 언제나 거대한 섬, 늘 다른 얼굴을 가진 채 떠다니는 도시처럼 느껴졌다.
작가는 3년에 걸쳐 서울 곳곳을 오가며 사라져 가는 건물들의 모습을 수집하고, 기록하고, 재구성했다.
<플라스틱 아일랜드>는 단순한 환경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넘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 서울 자체의 정체성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경험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상상력이라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
<축지법과 비행술> 문경은 & 전준호 작가
<축지법과 비행술>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려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예술로 구현한 작업이다.
이 작품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상상력'이라는 실천의 원형이다.
축지법과 비행술이라는 초자연적 능력에 대한 염원은 인간이 물리적 한계와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고자 하는 근본적 욕구를 상징한다.
작가들은 이러한 상상력이 삶의 불확실성과 불가능성에 맞서는 유일한 탈출선일지도 모른다고 제안한다.



디지털로 되살아난 진경산수
<금강내산 : '허'와 '실'의 조화>
조선 후기 화가 정선의 명작 <금강내산도>를 바탕을 한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정선의 진경산수화에 담긴 철학과 풍경을 최첨단 CGI 기술로 재해석하며,
'지금-여기'의 감각과 동양 고전 사유가 장엄하게 충돌하고 조화를 이룬다.
스케일이 큰 'ㄷ'로 설치된 스크린 속에서 사계절을 따라 흐르는 시간을 화려한 영상으로 펼쳐졌다.


이번 전시는 각각의 작품이 제시하는 '낙원'의 개념들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물질적 욕망부터 노동의 현실, 사회적 편견, 주거 문제, 그리고 기술 문명까지,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의 모습들이 예술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21팀의 작가들이 각자의 언어로 풀어낸 '낙원'의 이야기는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날카로우며, 때로는 깊은 울림을 준다.
서울역이라는 공간이 가진 특별한 의미
-출발과 도착, 만남과 이별의 장소-와 맞물려 더욱 깊은 감동을 주는 이번 전시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자신만의 '낙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7월 27일까지 진행되니 놓치지 말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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