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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어디

종묘 / 종로

by Catpilot 2025.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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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시간 속 걷기"

 

 

도시의 소음이 멀어지는 듯한 어느 봄날 오후, 아이와 나는 종묘로 향했다.

"여기가 뭐 하는 곳이야?"

종묘 앞에 도착하자 아이가 물었다.

"여긴 옛날 임금님과 조상님들을 모신 곳이야. 아주 조용하고, 아주 중요한 장소지."

나는 아이의 작은 손을 꼭 잡고, 그 의미를 조금씩 알려주기로 했다.

 

 

가장 먼저 발을 디딘 곳은 <망묘루>였다.

커다란 문루 아래를 지나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엄숙한 기운에 감싸였다.

 

 

망묘루는 '종묘를 바라보는 누각'이라는 이름처럼, 정문 앞에서 종묘를 향한 마음을 다잡는 공간이었다.

아이는 높은 문루를 올려다보며 "이거 성 같아!"라고 말했지만, 금세 목소리를 낮추었다.

 

 

문 안쪽으로 들어서자 울창한 나무들이 둘러싼 길이 펼쳐졌고, 우리는 조심스레 그 길을 걸었다.

마치 시간의 문턱을 넘는 기분이었다.

 

 

관람정보

  •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57
  • 홈페이지 :https://royal.khs.go.kr/ROYAL/contents/menuInfo-gbg.do?grpCode=jms
  • 관람시간 : 시간제 관람 평일(월, 수, 목, 금) / 일반 관람 주말 공휴일, 매월 마지막 수요일(문화가 있는 날)
  • 일반관람시간 : 09:00 ~ 17:00 or 18:30 (매주 화요일 휴관) (관람 시간은 기간제 관람시간이 다르니 홈페이지 자세한 시간은 참고)
  • 입장료 : 일반 1,000원 / 만 25세 이하, 만 65세 이상, 한복 착용자 : 무료 (문화가 있는 날 무료입장)

 

잠시 후, 우리는 <재궁>에 도착했다.

조선 시대에 제례를 올리기 전, 왕이 목욕재계하며 마음을 가다듬던 공간이다.

"왕도 목욕하고 준비했어?"

아이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기서 마음도, 몸도 깨끗하게 해서 조상님들께 예를 갖췄지."라고 대답했다.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신은 무거운 장소였다.

아이는 마치 왕이 된 듯 우뚝 서더니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정전>으로 향했다.

종묘의 중심이자, 조선 왕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가 모셔진 곳.

 

 

커다란 담장을 지나 펼쳐진 정전 앞에 서자, 아이는 말없이 숨을 멈췄다.

 

 

정전의 긴 월대 위로는 19개의 신실이 길게 이어져 있었고, 붉은 기둥과 회색 기와는 무겁고도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여기 너무 조용하고 멋있어. 왜 이렇게 넓어?"

"이 많은 신실 안에 왕과 왕비의 혼이 머문다고 생각하나 봐. 그만큼 깊고 큰 곳이야."

나는 속삭이듯 설명했고, 아이는 두 손을 모으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정전 앞 넓은 뜰은 마치 시간조차 숨을 죽인 듯 고요했고, 우리도 그 안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걸음을 옮긴 곳은 영녕전.

이곳은 정전을 모시지 못한 왕과 왕비의 신위를 따로 모신 곳이다.

구조는 정전과 비슷하지만 좀 더 아담하고 조용한 느낌이었다.

 

 

영녕전의 앞마당에 서서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여기도 아주 중요한 분들이 계시나봐."

아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물 사이로 바람이 스치고, 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치자, 아이의 얼굴에도 잔잔한 빛이 머물렀다.

 

 

그날의 종묘는 단순한 역사 탐방이 아니었다.

고요함 속에서 조상의 뜻을 되새기고, 전통의 깊이를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시간과 마음을 걷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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