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깨비와 함께한 밤, 잊히지 않을 새벽의 기록
도깨비난장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잊고 살던, 흙냄새 나고 몸이 먼저 움직이던 시간으로의 귀환이었다.
1998년부터 시작된 춘천마임축제는 매해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올해 2025년의 밤샘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살아있었다'.
축제 일정 및 장소
- 일정 : 2025년 5월 31일(토) 오후 2시 ~ 6월 1일(일) 새벽 5시
- 장소 : 강원 춘천시 하중도길 128,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주차장
"우리 셋, 축제의 문 앞에서 하나가 되다"
축제의 입구,
기대와 설렘이 뒤섞인 공기가 흐르는 그곳에서 우리 가족은 손목에 종이팔찌를 하나씩 채웠다.
종이팔찌는 축제의 입장권이었지만, 동시에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리본이기도 하다.
설렘을 함께 껴안아 손목을 나란히 모아 포개었다.
도깨비난장의 매력 포인트
- 다채로운 공연 : 마임, 무용, 서커스, 에어리얼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졌다.
- 예술가와 관람객의 참여 : 예술가들의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축제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 로마니 나이트 : 제작공연으로, 독특한 분위기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 폼풍경 : 한국마임협회의 마임 퍼포먼스.
- 몸직임 워크숍 : 마임 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
- 악들들의 밤 : 청년축제학교의 참여형 프로그램
- 마임맥주 : 지역 특산물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축제의 풍미를 더한다.
"불이 들기 전, 축제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햇살은 이른 시간부터 제 몫을 다하고 있었다.
레고랜드 주차장 한켠,
축제의 현장은 이미 설치를 마치 구조물들로 가득했지만, 아직 '시작'이라는 불씨는 붙지 않은 상태였다.
낮의 축제장은 어쩐지 낯설고 조용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했고, 바람은 텅 빈 공간을 자유롭게 가로질렀다.
도깨비난장의 축제장은 단순한 무대들의 나열이 아니라, 걷는 순간마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하나의 거대한 지도였다.
이 지도 위에는 각기 다른 색과 숨결을 지닌 네 개의 주요 스테이지가 자리하고 있다.
- DOUZONE 스테이 : 축제의 맥박이 시작되는 곳이다. 대형 공연들이 펼쳐지고, 불 퍼포먼스와 화려한 무대.
- 난장 스테이지 : 자유롭고 즉흥적인 분위기가 살아 있는 곳. 아티스트와 관객이 구분 없이 섞인다.
- 몸짓 스테이지 : 몸의 언어가 중심이 되는 무대. 마임, 현대무용, 퍼포먼스 등 말 없는 대화들이 이곳에서 오간다.
- No잠 스테이지 : 이름처럼 잠들지 않는 무대. 심야 시간에도 불빛과 음악, 퍼포먼스가 끊이지 않는 곳
축제장 한편, 주변을 따라 다양한 협찬부스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부스마다 각기 다른 주제를 지니고 있었고, 방문객들은 공연 사이사이 부스를 둘러보며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 나섰다.
축제에 관한 설물조사에 참여하면 하늘색 종이모자를 증정한다.
강한 햇살을 피할 수 있는 강력한 아이템이 되기도 했다.
마켓 396 - 로컬 브랜드와의 만남
마켓 396은 근화동 396의 대표적인 플리마켓 행사이다.
이 마켓에는 로컬 스몰 브랜드 50여 팀이 참가하여 핸드메이드 제품, 디자인 소품, 패션 아이템 등을 판매한다.
"고마운 마음을 적어보세요"
직원분들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안내에 따라 엽서 쓰기 이벤트에 참여했다.
꾹꾹 눌러쓴 국가 영웅에 대한 존경의 글을 직원에게 내밀자 귀여운 인형 키링을 내어주었다.
이어서 참여한 보훈 관련 퀴즈에서는
아이와 함께 문제를 맞히며 소소한 성취감도 누릴 수 있었다.
에코 백은 덤으로 받았다.
'모두보훈' 부스에서 엽서 쓰기와 퀴즈 이벤트, 두 가지 체험을 마친 관람객들에게는 작은 선물 외에도 특별한 보너스가 있었다.
바로 페이스페인팅였다.
아이가 직접 도안을 고르고 손 등에 화려하고 정성스러운 한 폭의 예술이 그려졌다.
붓질 하나하나에 작가의 손끝 집중력이 묻어났다.
아이는 손등에 피어난 꽃을 보며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도깨비난장 한편,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감도는 작은 예술 부스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무모아트가든>에서는 손으로 만드는 예술의 즐거움을 전해주는 '춘천을 담은 엽서 만들기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딸아이는 자유롭게 손을 움직이며 자신만의 엽서를 꾸며보았다.
몸으로 상상하고, 손으로 완성하는 꿈 꾸는 놀이터
2025 도깨비난장 속 특별한 체험 공간,
<꿈꾸는 놀이터>는 아이들이 몸으로 상상하고, 예술로 표현하는 자유로운 창작의 장이었다.
우리는 이 놀이터 안에서 마주친 팀브릿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마음껏 그리고 주시면, 구워서 키링으로 만들어보세요!"라는 스태프의 안내가 있었다.
넓은 테이블 위에는 작은 사각 플라스틱 조각과 색연필이 놓여 있었고,
딸아이는 고민 끝에 도깨비의 모습을 그렸다.
그림이 완성되면 스태프가 가져가 오븐에 구워 조그마한 키링으로 완성해 주는 방식이었다.
엽서 꾸미기 체험에도 참여해서 달디단 도깨비 망치 사탕도 받았다.
몸으로 만나는 예술의 순간 - '몸직임 존'
축제장 군데군데에 '몸직임존'이 마련돼 요가, 줌바, 마임, 원데이클래스, 풍선아트교실, 서커스체험 등 특별한 워크숍이 운영했다.
몸직임존에서 한 번, 두 번 튀어 오르며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그 짧은 순간마다 아이의 얼굴엔 순수한 해방감과 즐거움이 번졌다.
몸직임존에서 나온 우리는 화분 만들기 체험에 참여하기로 했다.
먼저, 지금의 기분을 정하고 화분 팻말을 받는다.
하얀 플라스틱 화분이 우리 앞에 놓이자,
아이의 눈은 어느새 진지해졌다.
싸인펜으로 화분 곁면을 열심히 꾸민 다음 흙도 채워 넣었다.
손가락 하나를 한가운데 꾸욱 눌러 씨앗을 심었다.
아이의 표정엔 책임감과 기대감이 스며들었다.
몸직임존의 또 다른 한켠에서는 조용한 집중력과 환호성이 뒤섞인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바로 서커스 체험이었다.
막대기 끝에 열려 놓은 접시가 자꾸만 떨어지자
작은 한숨이 새어 나오기도 했지만,
그 순간마다 예술가 선생님은 부드러운 미소로 응원과 팁을 건넸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막대기 위에서 접시가 흔들리며 빙그르르 돌아가기 시작했다.
도깨비 같은 예술가들의 불타는 예술혼
해가 완전히 지기도 전에
거리의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리듬으로 공간을 깨웠다.
누군가는 공중에서 몸을 말았고,
누군가는 불을 들고 데워진 공기 속을 찢고 나왔다.
마임과 불쇼, 무용과 소리 없는 언어가 뒤섞인 그 무대에는 무대라는 경계조차 없었다.
아래에서 그들의 몸의 움직임을 따라가 보자.
클라운진의 벌룬여행
흐느적거리는 고무풍선에 마법처럼 생명을 불어넣는 벌룬 퍼포먼스이다.
풍선과 마임으로 관객들과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어머니 - 아그네 무랄리티
가족 안에서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면 인형극이었다.
언어 없이 스피커에 흘러나오는 음악 따라 그녀의 연극적 움직임을 표현하였다.
남자와 만남 그리고 헤어짐.
쌍둥이의 탄생, 그러나 남자의 재회와 폭력...
어머니의 다정함, 희생 그리고 강인함을 담아내려는 듯 네 개의 오브제를 활용해 연기하였다.
베이비 지퍼 마임쇼
베이비마임은 태국을 대표하는 사일런트 코미디 팀으로 따뜻하고 유쾌한 공연을 선보인다.
지퍼는 22개국 이상에서 활동한 태국의 대표적인 클라운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단다.
베이비 지퍼 마임쇼는 두 팀의 협업으로 완성된 공연이다.
귀엽고 익살스러운 캐릭터들이 무대를 누비며 아이들의 상상력과 동심을 자극하는 재미난 이야기를 펼친다.
몸풍경
다섯 마임이스트가 우리 가족 앞으로 출동했다.
5인 5색의 유쾌한 즉흥 마임 공연을 번갈아가며 선보였다.
슈트맨
슈트맨은 마네킹을 모티브로 창작한 춘천마임 축제 대표 제작 공연이다.
작년에는 꽤나 화려하게 나타나 큰 무대를 장식했던 슈트맨이다.
이번 공연에는 4명씩 돌아가며 소규모로 퍼포먼스를 보였다.
음악에 맞춰 화려한 율동과 건네는 장미꽃 한 송이, 그들이 출동하는 곳이 곧 축제의 장이 되었다.
삑삑이 따라 축제 한 바퀴 - 삑삑이
삑삑이는 입을 벌리지 않고 '삐이익, 삐이익' 소리를 내며 익살스러운 연기를 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그는 공연장을 누비고 다니며 축제의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감초의 역할을 한다.
마임맥주 with 감자아일랜드
강원도 감자로 만든 맥주?
감자아일랜드는 강원도 감자를 시작으로, 춘천마임축제만의 특별한 상품인 수제 맥주를 직접 양조한다.
차갑게 따른 생맥주와 갓 나온 따끈한 곰 핫도그를 받아 들었다.
맥주는 입안 가득 시원하고 부드러웠고,
곰 핫도그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잘 익어 마치 공연만큼이나 완성도 높은 조화를 이뤘다.
춘천 박사마을에 이름만큼 특별한 핫도그 전문점이 있단다.
바로 곰취로 만든 곰핫도그!
곰취의 향긋한 풍기가 핫도그 속 반죽과 어우러지며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마임맥주'는 단순한 맥주 판매 부스를 넘어,
춘천마임축제만의 감성과 정체성을 담아낸 펍이다.
감자아일랜드의 한켠에 위치한 이 공간은 누구나 발걸음을 멈추고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펍존의 푸드트럭 구성
펍존은 축제장 중앙에 위치하여, 공연장과 체험존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했다.
이곳에는 다양한 푸드트럭이 배치되어 관람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주요 푸드트럭으로는 다음과 같은 메뉴들이 제공되었다.
- 프리즈비 : 아이스크림 5,000원 / 요거트초코비 6,500원
- 곰핫도그 : 곰핫도그 4,000원 / 감자빵 1개 3,500원
- 마임맥주 : S 5,000원 / L 9,800원
- 피자 : 콤비네이션, 불고기, 페파로니, 온리치즈 피자 12,000원
- 순살딹꼬치 : 소금구이, 데리야끼, 양념치킨 5,000원
- 분식 : 떡볶이 5,000원 / 어묵 3,500원
- 크레아치킨 : 소떡소떡 5,000원
해가 지고, 축제장 곳곳에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화려한 불쇼가 하늘을 수놓고,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에 아이도 어른도 저마다의 리듬을 타며 어깨를 들썩였다.
작년보다 간소화된 축제였다.
대형 메인 조형물, 퍼레이드 등 화려한 장식이나 이벤트성 볼거리는 없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연과 참여 프로그램들이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풍성하게 채웠다.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온종일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체험을 즐긴 아이의 발걸음도 점점 느려졌다.
어깨가 올라간 작고 따뜻한 머리에 살짝 기대어 오는 무게가 오늘 하루의 시간을 말없이 들려주는 듯했다.
축제가 우리에게 건넨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오래도록 남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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