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T Class/예술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에드워드 호퍼-


에드워드 호퍼는 미국의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유명한 예술가 중 하나이다.
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고독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셜리에 관한 모든 것' 영화이나 'SSG' 광고에서도 그 특유의 분위기를 오마주 할 정도이다.
 
국내 최초로 그의 작품 270여점이 우리나라에 왔다는 소문은 일찍부터 났었다.
이렇게 유명한 화가의 전시일 수록 초반에는 사람들에게 치일 것이 분명했다.
 
그의 전시가 끝날 무렵,
그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만나러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역시, 볼 사람들은 다 봤구먼.'
 
서울시립미술관 앞에는 몇몇의 사람들만 보였다.
나무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마저 느긋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나의 작전이 통했음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토요일 오후, 1시.
예약한 QR코드를 마패삼아 입구에 서 있는 직원에게 내밀고 입장한다.
 
 

전체적으로 전시 기획을 호퍼의 삶의 흐름에 따라 구성하였다.
'에드워드 호퍼 - 파리 - 뉴욕 - 뉴잉글랜드 - 케이프코드'로 그의 삶을 총망라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사진 촬영이 안되는 부분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오히려 작품에 전적으로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의 작품들은 고독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러한 느낌을 내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사용했다.
 
작품 속 인물들의 '시선'은 서로 엇갈리고 ''을 매개로 시선들을 방황하게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듯 강한 명암대비와 직선직인 구도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에드워드 호퍼는 왜 이렇게 왜로워보이는 그림을 그린 걸까?
 
그 이유는 그가 작품 활동을 하던 당시 미국의 경제상황에서 엿볼 수 있다.
1920년대부터 미국은 소위 '광란의 20년대'라 일컫는 경제 번영의 호황기였다.
생산의 자동화로 인한 실업문제와 심각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쌓여갔다.
결국, 자산시장이 붕괴되고 1929년 대공황이라는 엄청난 파국을 맞이했다. 
서로를 적대하고 불신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호퍼는 상실감과 고독함을 발견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다수 그의 건물 그림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쓸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없는 삭막한 건물에서 사회에 만연하고 있던 쓸쓸함이 묻어난다.
 
 
 

1층에는 호퍼의 아카이브관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의 동반자인 조세핀 호퍼에 관한 것과 호퍼의 삶과 업을 볼 수 있다.
특히, 그의 장부가 인상적이었다.
호퍼는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장부에 그 그림의 스케치를 남겼다.
그의 아내인 조세핀은 스케치 옆에 작품에 대한 정보와 판매, 대여, 전시 기록을 세세하게 적어두었다.
화가의 장부라니...
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사실적인가.
 
 

둘의 사진을 보다 보니, 조세핀 호퍼의 '시선'에서 남편의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반대로 호퍼의 시선은 그의 작품처럼 엇갈리기만 한 것이 재미있었다.
 
 

호퍼 부부가 관람한 연극표를 잔뜩 모아두었다.
 
 

호퍼는 무명시절이 길었다.
7년 동안은 책표지나 삽화를 그리며 생계를 유지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던 그의 다양한 작업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해외 유명화가의 전시가 그렇듯 유화보다는 습작이 많았다.
하지만, 다양한 그의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에칭 판화 작품들을 많았는데, 호퍼의 빛과 그림자를 연구한 흔적들을 만날 수 있어서 특별했다.
 
 

출구 앞에선 에드워드 호퍼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하고 있었다.
필 그랩스키 감독의 '호퍼 : 아메리칸 러브스토리'로 휘트니 뮤지엄 관계자의 인터뷰, 일기 등의 자료와 더불어 호퍼의 예술적 여정을 잘 보여주었다.
 
 

전시를 보고 나왔어도 호퍼가 그린 ''은 여운이 남았다.
강렬한 빛만큼 긴 그림자는 고독한 현대인들의 자화상 같았다.
 
그의 그림을 통해 사람 관계에 지쳐있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믜몽슈로다가 에드워드 호퍼를 그리다.

 
 


애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
H  : www.sema.seoul.go.kr
A  : 서울 중구 덕수궁길 61
T  : 02-2124-8800
전시기간 : 2023. 04. 20 ~ 08. 20 (예약제 운영 / 30분 단위로 회차 구분)
입장료 : 성인 - 17,000원 / 청소년 - 15,000원 / 어린이 - 12,000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