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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어디

비치 피크닉 / 영진해변 강릉

이미 코앞으로 다가 온 추석임에도 해는 여전히 한 여름의 더위를 선사했다.

이대로 여름을 떠나보내기 아쉬워 강릉으로 떠났다.

 

 

'연곡 솔향기 캠핑장' 카라반에서 하루를 보냈다.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라서 그런지 별 감흥이 없이 밤을 보냈다.

다만, 저녁에 바다 수평선 위로 피어오르는 붉은 노을만큼은  몇 번을 봐도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늦잠을 잤다.

카라반 안은 이미 환하게 밝았고, 햇빛이 닿는 곳은 손 대면 화상을 입을 듯하게 달아올라있었다.

먹는 둥 마는 둥 아침을 때우고 떠나기 위해 짐을 챙겼다.

 

떠나기 전에 해변가에서 모래놀이를 할까 해서 해변가로 나가봤다.

연곡해변은 바다에서 밀려온 쓰레기로 지저분했다.

햇빛에 반짝이는 유리조각과 모양이 제각각인 페트병 그리고 삐쭉한 나뭇가지들까지 널브러져 있었다.

매번 올 때마다 이런 광경이었으니 이제껏 한 번도 치운 적이 없는 듯해 보였다.

 

한 손에 모래놀이 도구를 들고 서서 나를 올려다보는 아이에게 고개 숙여 말했다.

"이곳은 좀 위험하다. 그지? 다른 곳으로 가볼까."

 

 

 

연곡솔향기 캠핑장 / 강원도 강릉

겨울바다와 카라반 부지런하지 못한 나. '불멍'을 좋아하나, 온갖 짐을 바리바리 싣고 떠나는 캠핑은 나와 거리가 멀다. '물멍'을 좋아하나, 까끌까끌한 해변에 앉아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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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옮기기 위해 차에 올랐다.

차 안은 이미 햇빛에 달궈져 뜨거운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덩달아 데워진 휴대폰을 꺼내서 가장 가까운 해변을 검색했다.

 

'영진 해변'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주변에 카페와 베이커리 가게도 있는 것으로 보아 괜찮을 듯 보였다.

 

'한번 가보지, 뭐.'

 

 

시동을 건지 5분도 채 안돼서 도착한 영진해변은 강한 햇살 때문인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두 명이 누우면 꽉 차는 돗자리를 깔고 파라솔을 비스듬히 세웠다.

혹시나 아이가 낮잠이 들까 해서 텐트도 옆에 쳤다.

 

모든 것을 말려버릴 것 같은 햇살을 피해 돗자리 위로 피신했다.

파라솔이 만들어 낸 그늘 안은 예상외로 시원했다.

우리 앞으로 파도와 모래의 접견선을 타고 연인이 걸어간다.

 

 


푸른 하늘에서는 솜사탕 같은 구름이 부드럽게 유영하고 있다.

그 안에 펼쳐진 넓은 여백 안으로 갈매기 한 마리가 들어왔다.

아이는 조개를 줍고 엄마는 캔 맥주를 마셨다.

 

 

그늘 밖으로 팔을 내밀자, 햇살이 새가 모이를 쪼듯 따끔따끔 살갗에 닿았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모래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이는 그늘을 따라서 파라솔의 각도를 고쳐가며 옹기종기 모여 한낮의 여유를 즐겼다.

 

 

모래 속에 숨겨진 조개를 찾는 게 재미있나 보다.

아이는 눈에 반달 꽃을 만들며 이제껏 모은 조개를 자랑했다.

 

 

영진해변 주위로 식당과 카페가 즐비하게 줄지어 있다.

그중에 포장이 가능한 것을 찾아, 우리밀로 만든 빵과 햄버거를 사서 가져왔다.

빵은 아이가 매워 먹질 못했고 햄버거는 속 재료가 쉽게 뭉개지고 맛이 없었다.

 


파도는 멈출 줄 모르고 일렁인다.

멍하니 바라보니 그 파도의 리듬에 복잡했던 생각이 지우개질 하듯 쓱쓱 지워져 간다. 

 

 

돗자리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바다와 또 다른 평온함이 느껴진다.

 

 

영진해변은 발가락 사이에 느껴지는 까칠함과 툭툭 털면 들어붙지 않고 튕겨나가는 굵은 모래알이 특징이다.

돗자리를 들어 공중에서 몇 번 흔들면 모래알들이 다 떨어져 나갔다.

차곡차곡 짐을 챙겨 차로 옮기는 동안, 앉을 곳을 잃은 아이는 놀이터를 뛰어놀듯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잔잔한 바다에 까르륵 아이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푸른 하늘에 붉은 물감이 떨어졌다.

붉은색이 점점 퍼져나가더니 뭉게뭉게 피어나 있던 하얀 구름을 이내 삼켜버렸다.

조금 느린 여름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영진해변 (★★★☆☆)

A  :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Tip!

-편의점, 화장실, 샤워장, 카페, 식당 등 근처에 있음.

-카페 앞 주차보다 영진항 주차장에 주차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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