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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어디

큰끝등대 / 여수

해변 끝에 달린 흰 등대가 달렸다.
망망대해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우람한 등대였다.
절벽 너머로 바다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코에 박혔다.
그 느낌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흰 등대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늦은 점심을 먹고 끝큰등대로 이동했다.
바다를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 해변도로를 달렸다.
풍경을 볼 셈으로 열어둔 창문 너머로 시원한 해풍이 불어온다.
그 바람을 품고 얼마 더 달리지 않아 네비가 도착지점을 알려왔다.
'목적지입니다.'

코너 갓길 주차를 하고 보니, 길 건너편에 수줍게 지붕만 내밀고 서있는 정자가 보였다.
아마도 누군가가 도착지점이 헷갈린다면, 저 정자가 길 안내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큰끝등대를 찾아가는 길은 의외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재미있다.
길을 찾아가는 안내가 없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길 초입을 알려면 노란색 <알림> 표지판 찾아야 한다.
그 옆으로 사람들이 닿아 만들어진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갔다.

십여 미터를 걸어 들어가면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왼쪽!

이제 길 따라 쭈욱 가면 '큰끝등대'를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숲길을 좋아한다.
그것도 풀벌레 울음 우는 자연 그대로의 숲길이 제일 좋다.
집 앞 공원 큰 나무가 만들낸 그림자를 밟고 산책하는 길과 또 다르다.
숲이 내어놓은 깨끗하고 맑은 공기와 그윽한 숲의 향기를 맡을 수 있으며,
산책하다 만나는 곤충들과 친구가 되어 그 산책길이 지루하지 않기 때문이다.

큰끝등대로 가는 오솔길에서도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앞장서서 걷던 아이가 길을 멈추고 시선을 한 곳에 고정했다.
붉은색 집게 달린 게가 아이와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꽃게였다.
내가 다가가자 그제야 게는 겁을 먹고 게걸음으로 스르르 산을 타고 사라졌다.

제 몸만 한 구멍 안에서 다리만 내놓은 게 집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산 숲길에서 만나는 게라.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아이에게는 오죽했을까.
게를 찾겠다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외쳐댔다.

"산게야! 어디 있어?"

차분했던 오솔길에 평온함은 깨져버렸다.
길바닥에서 쉬고있던 산게들은 우리를 피해 좌우로 미끄러지듯 도망쳤다.

그렇게 친구를 찾으며 걷다보니 오솔길 끝에 밝은 빛 구멍이 비췄다.
그 빛 틈으로 푸른색과 하얀색이 걸쳐있었다.
찐득해진 입으로 희미하게 감탄스러운 소리가 새어 나왔다.

"우와~"

그림 같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흰 등대가 우둑하니 서 있었다.
절벽 끝에 매달린 채 서 있는 모습이 아찔하면서도 늠름해 보였다.
'이렇게 낭만적인 등대가 있다니!'

숲을 지나 절벽에 외따로 떨어져 있었으니 고독했을지 모른다.
바다와 닿지도 하늘과 닿지 않으며 길게 팔을 뻗은 모습이 외로워만 보였다.

아이와 사진을 찍는 등대의 모습을 보니 그 걱정은 쓸데없는 일이겠거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SNS에서 유명해져 간간히 사람이 찾아와 모델이 되어 사진을 찍기도 하니 말이다.
우리의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넉넉히 포용하고 안아준 큰끝등대에게 고맙기만 하다.

"큰끝등대야, 또 올게~"



큰끝등대 (★★★★★)
A :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 산 1-1

Tips!
-날씨에 따라 모기나 벌레가 있을 수 있으니 긴팔 착용
-운동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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