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njoy/어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 잠실

윙윙~

에어컨 실외기 팬이 돌아가는 소리답지 않게 에어컨에서는 미지근한 바람만 불었다.

태풍 난마돌이 우리나라 근처로 오던 가을날에 난데없이 한 여름 더위가 찾아왔다

 

'어쩌지, 내일부터 주말이라서 당장 고칠 수도 없겠는걸.'

 

주말에 하필, 태풍이 가져온 더위가 왔고, 마침, 에어컨이 고장이 났다.

그래서 내일 집 밖으로 대피하기로 했다.

이왕이면 시원한 실내로.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는 아이유 콘서트가 있다는 소식과 익히 알고 있는 롯데월드 타워 앞 사거리의 교통체증의 이유로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을 탄 우리는 콩나물시루 속에 던져진 두부 조각처럼 사람들에게 치였다.

토요일 오후의 2호선 지하철 안에 공간은 유모차를 허락하기엔 비좁기만 했다.

우여곡절 속에 도착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앞에서 귀여운 바다 동물들이 우리를 반겼다.

 

 

지나고 나서 보니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스토리텔링을 잘 갖추었다.

강에서 연안으로, 연안에서 바다로 생태계의 흐름을 따라 걸으며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국의 강, 열대의 강, 아마존 강 등을 테마로 마치 실제 자연처럼 잘 꾸며놓았다.

스콜 수조에는 다양한 강에서 사는 물고기를 만날 수 있었는데,

철갑상어, 황쏘가리, 산천어, 향어, 잉어, 강준치 등이 수조 안에서 여유롭게 유영하고 있었다.

 

 

아홀로틀을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난다.

너무나 신비로운 모습에 한참을 그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

붓으로 점을 찍어 놓은 듯한 눈망울과 목에서 화려한 산호처럼 가지를 뻗은 아가미, 앙증맞은 팔, 다리가 매력적이었다.

멕시코에서 온 이 친구는 만날 때마다 늘 나에게 먼저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라이프 존에서는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말레이가비알을 만날 수 있다.

말레이가비알 악어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악어와 외형적으로 확연한 차이가 있는데,

모기 입처럼 주둥이가 가늘고 길다.

개체수가 매우 적어 멸종의 위험을 안고 있는 동물이기도하다.

 

 

시클리드 수조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열대어들이 서로 섞여 아름다운 패션쇼를 연출하였다.

 

 

아마존 강에서 서식하는 전기뱀장어이었다.

몸에 발전기관이 있어서 700V가량의 강력한 전기 충격으로 사냥을 한다니, 아이나 우리 모두에게 흥미로웠다.

 

 

민물 육식성 물고기로, 원주민 말로 '이빨이 있는 물고기'라는 뜻의 물고기인 피라냐이다.

날카로운 이빨을 숨긴 피라냐는 살점 하나 남김없이 앙상한 뼈만 남았어도 하트를 그리는 애처로운 해골 주변을 배회하였다. 

 

 

흔들흔들 춤을 추는 수초들 사이로 산호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산호는 사실 식물이 아닌 동물이다.

낮에는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고 밤에는 동물처럼 근처에 오는 생물을 먹이로 취하는 신비로운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열대우림의 강을 테마로 한 터널 형식의 수조에서 붉은꼬리메기를 볼 수 있었다.

뻐끔뻐끔 큰 입을 벌려가며 아치형 수조 주변을 배회하였다.

 

 


 

통실통실한 참물범 두 마리가 묘기를 부리며 수영을 하였다.

이곳저곳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극지방 존에는 서있는 홈볼트 펭귄을 정면으로 만날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었다.

이글루와 얼음 미끄럼틀을 탈 수 있는 작은 놀이터와 달콤한 솜사탕을 판매하는 매대가 있었다.

 

 

어찌 달콤한 솜사탕을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한 움큼 입으로 뜯어서 물면 사르르 녹는 행복한 기분을 놓칠 수 없지.

 

파스텔톤의 건강하지 않을 것 같은 색의 귀를 한 토끼를 골랐다.

설탕이 구름이 변한 것이 신기한지, 폭신한 촉감이 좋은 건지.

달콤함에 빠져 기다란 막대만 남을 때까지 솜사탕을 입안에서 녹였다.

 

 

화려한 산호초들이 조명을 받아 저마다 다채롭고 아름다운 색을 띠고 있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최고 인기스타가 등장했다.

항상 웃는 표정을 가진 미소천사인 벨루가는 똑똑한 고래로 유명하다.

눈처럼 새하얀 벨루가는 러시아어로 '하얗다'라는 뜻이다지.

 

하지만 내가 본 수조 안 벨루가의 모습은 군데군데 상처가 있었으며 슬픈 눈망울을 한 모습이었다.  

슬픈 눈으로 수조 밖 사람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교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몇 년 전에 벨루가를 2023년쯤 바다로 보낼 것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당초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데려 온 벨루가는 3마리였지만 두 마리는 하늘나라로 가고 이젠 혼자만 남았다.

마지막 남은 벨루가가 바다로 가는 날, 그 약속은 지켜질까.

안타깝게도,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야생 습성을 익히기 위해 활어를 먹기보다는 바구니에 담긴 죽은 물고기를 꺼내 먹곤 했었다.

꼭, 약속이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북극 바닷속, 새하얀 얼음 밑을 유영하는 벨루가의 진짜 웃는 얼굴을 볼 수 있기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메인수조의 마스코트는 '가오리 얼룩 매가오리'이다.

마치 하늘을 나는 듯 날갯짓을 하는 모습이 매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넓고 큰 수조 안에서 나풀나풀 한가롭게 날개 짓을 하면서 돌아다녔다.

관심받는 게 좋은 건지 사람 곁으로 다가와서 모델이 되어 주기도 했다.

 

 

가오리의 웃는 모습은 언제 봐도 귀엽다.

가오리의 눈은 사실 위에 있고 웃는 얼굴처럼 보이는 것은 코와 입이다.

우리는 가오리의 코, 입에 다가 대고 연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곤 한다.

그런들 어떠하리, 웃는 모습의 친근한 얼굴로 아이와 함께 모델이 되어 주니 반가울 따름이지.

 

 

둥둥 표류하는 해파리가 조명을 받아 제 몸속을 훤히 보였다.

말랑하고 투명한 해파리가 물과 리듬을 맞춰 춤을 추었다.

 

 

아쿠아리움은 확실히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구석이 있다.

고요한 물속을 유영하는 이색적인 물고기는 이러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그래서인지 우리에 갇힌 동물이 있는 동물원에 비해 아쿠아리움의 물고기에게 드는 죄책감이 덜했을지 모른다.

비현실적인 몽환에 빠져 수조 안에 갇힌 물고기의 슬픔을 미처 읽지 못했을지도.

관람을 끝내고 나오는 길 목에서 느끼는 불편한 마음이 나를 짓눌렀다. 

 

'우리가 동물과 공존하면서 같이 교감할 방법은 없는 걸까?'

 

 

선물가게를 피할 수 없다.

상술이라도 아이에게는 마땅히 가져야 할 기념품이 필요할지 모른다.

 

 

아이는 산호초를 닮은 화려한 볼펜 한 자루와 팔찌를 품은 조개를 골랐다.

물에 담아 놓으면 조개가 열리면서 팔찌가 나온단다.

 

작은 기념품에 신이 난 아이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오늘 아쿠아리움 관람이 아이에게는 어떤 기억을 남았을까.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

H  : www.lotteworld.com/aquarium

A  :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몰 B1

T  : 1661-2000

운영시간 : 10:00 ~ 20:00

주차 : 4시간 : 4,800원 / 이후 10분마다 500원

 

Tips!

-할인은 네이버예약 or 클룩에서.

-공간이 넓어서 유모차는 필수, 유모차 보관은 수조 터널 지나서 보관 가능.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