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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어디

시몬스 테라스 / 이천, 아이와 나들이

금요일의 나의 몸은 다른 날보다 더 무겁게 느껴진다.

차곡차곡 쌓아 온 한 주의 피로가 피사의 탑처럼 기울어져 있다.

설정한 온도를 맞추기 위해 냉기를 내뿜는 에어컨 앞에 벌러덩 누웠다.

살얼음의 냉기가 파스처럼 피부에 찰싹 달라붙었다.

"아, 시원하다."

 

여름의 끝에 열대야가 웬 말인가.

온 도시를 잠기게 쏟아져 내리던 비가 가더니, 난데없이 무더위가 찾아왔다.

나가지 않을 핑계가 하나 생겼다.

삐끄덕, 문을 열고 부시시한 머리를 한 딸아이가 나왔다.

잔뜩 졸린 눈을 비비며 내 옆에 나란히 누웠다.

 

"아빠,  내일 뭐 할 거야?"

 

팔 베개를 한 딸이 동화를 읊조리듯 낮은 목소리로 내뱉은 질문에 나의 마음이 변했다.

맹숭맹숭한 토요일로 하루를 보내기 싫어졌다.

 

 

집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의 이천은 꽤 멋진 장소이다.

이전에 방문했던 <별빛정원우주>의 조명 쇼도 아름다웠으며, 당나귀와 시간을 보낸 <스카이밀크팜>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별빛정원우주 / 이천, 서울 근교 야간 나들이

좀 늦은 퇴근이다. 서울의 밤거리에는 회색빛 건물들이 쭈욱 서 있고, 시꺼먼 아스팔트 위로 차들이 붉은 꼬리를 달고 달린다. 어둑한 거리에 똑같은 색의 불빛들만 군데군데 밝히고 있다. 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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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밀크팜 / 이천, 아이와 서울근교 나들이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마치 고풍스러운 명화처럼 펼쳐진 주말 오후, 침대에 누워 창밖을 내다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웠다. 옆에 누워 있는 딸에게 물어본다. "딸, 우리 밖에 나가서 놀까?"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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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좋은 느낌을 가진 이천으로, 그리고 얼마 전부터 가고 싶었던 <시몬스 테라스>로 향했다.

 

도착한 시몬스 테라스는 넓은 잔디와 정갈한 건물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건물 따라 반듯하게 길을 만든 그림자를 따라 아이는 걸었다.

 

 

넓게 펼쳐진 초록의 잔디 위로 사각형으로 정렬된 밴치 사이로 막대 사탕같이 다듬어 놓은 나무가 꽂혀 있었다.

 

 

트렌디한 공간으로 꾸민 시몬스 테라스는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신선하고 감각적인 취향이 물씬 묻어나는 정원은 그 누구도 한 번쯤은 와보고 싶지 않을까.

 

 

정원 구석 한켠에 비밀의 화원 같이 꾸며져 있었는데, 

잎줄기를 축 늘어뜨린 버드나무 아래에 수국과 코스모스가 아름답게 피었다.

 

 

1층에 위치한 '매트리스 랩'은 시몬스 수면 연구 R&D 센터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매트리스 제품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현재 나의 수면상태를 체크해 볼 수 있는 키오스크를 만난다.

몇 가지 항목을 체크하면 자신에게 맞는 매트리스를 추천받을 수 있다니, 어디 한번 해볼까나.

 

 

Do Not Touch

 

 

'매트리스 랩'에서는 경도 별로 전시하고 있는 12종의 매트리스를 직원의 안내에 따라 체험할 수 있다. 

코로나 시국에 좀 꺼려지니 그냥 겉만 훑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재미있다.'

계단을 따라 색칠한 페인트 경계의 경사가 눈길을 끌었다.

 

 

2층 '헤리티지 앨리'에는 시몬스의 스토리 텔링을 시작하는 공간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한 곳에 담아 이야기한다.

 

 

국내 에이스 침대와 시몬스 침대는 두 형제가 나란히 아버지의 사업을 나누어 받아 운영하는 브랜드이다.

그런 시몬스에도 다른 과거가 있었다.

그것도 148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브랜드로 1870년에 미국에서 설립하여 2009년에 파산했단다.

그때부터 국내에서 이 브랜드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으로 일반적인 가구 광고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시몬스는 최근 들어 확 달라졌다.

광고에서 침대를 소개하지 않고 이국적인 이미지나 이색적인 화면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또, 자사만의 차별화된 공간을 조성하고 고객 체험을 통해 브랜드 역량을 강화하는 스페이스 브랜딩을 잘 활용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헤리티지 앨리'를 통해 연결되는 공간은 이코복스 카페 2층이다.

기다랗게 열대 식물을 가운데 두고 양갈래로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스피커에서는 백색소음의 선율이 흘러나왔다.

 

 

'Love at first Simmons'

 

차가운 스틸 테이블과 브라운색 가죽을 씌운 의자는 '해리티지 앨리'의 분위기와 통일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디자인 감상에 감탄하고 있는 아빠의 느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바닐라맛 아이스크림만 먹었다.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카페 1층은 또 2층과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큰 그림이 벽면에 걸려 있고, 나무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벽면을 따라 즐비하게 놓여있었다.

 

 

'멍 때리기'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Oddly Satisfying Video: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전시를 하고 있었다.

최면에 걸린 듯 서서히, 화려한 색감으로 우아하게 반복되는 영상은 복잡한 생각을 잊게 만든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 벽돌이 앞으로 달려간다.

벽돌을 따라 우리도 라운지로 향했다.

 

 

라운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만나게 되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나는 공간이다.

스위밍 풀장을 꾸며 놓은 듯 청록의 사각 타일과 물에 굴절해 비추는 빛들이 바닥에 춤을 추었다.

 

 

이어지는 공간에는 전혀 다른 공간이 우리를 맞이했다.

흰 토끼를 만났던 앨리스의 정원 같은 공간이었다.

푸른 잔디와 나무 오브제 그리고 창 너머 쏟아져 내리는 햇빛이 가득한 방으로 그 한 벽면에 커다란 TV가 놓여 있었다.

스프링쿨러가 돌아가기도 하고, 크로케 볼을 칠 듯 말 듯 움직이는 영상이 반복했다.

마치 앨리스가 빠져든 이상한 나라로 유혹하듯 말이지.

 

 

파란 하늘과 청량한 자연, 클래식한 오브제가 끊임없이 반복된다.

 

 

길고 얇은 벽돌이 층층 쌓인 건물 외관과 울퉁불퉁 바닥에 깔린 돌에서 유럽의 감성이 풍겨진다.

 

 

얼마 전 세계적인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전시회가 여기서 열렸었다.

아직 그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 유쾌한 장난스러운 그림들이 아이의 호기심을 끌었다.

바닥, 벽, 문 등에 숨겨져 있는 그의 그림을 함께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시몬스 테라스 (★★★★★)

H  : www.simmons.co.kr

A  :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사실로 988

T  : 031-631-4071

운영시간 : 11:00~20:00 (금/토 11:00~21:00)

 

Tips!

-시몬스 테라스 주차장은 매우 협소하여 오전 일찍이 아니면 테르메덴 주차장 이용.

-이코복스 카페 이용 시 어린이용 음료가 따로 없음으로 '분자가또' 주문 후 복분자 시럽은 따로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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