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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어디

국립 과천과학관

‘과학관이 살아있다’
어느 영화 제목이 떠오르는 문장이다.
딸아이 나이에 이해하기엔 아직 어려운 과학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해주는 곳으로 향했다.
국립 과천과학관으로.


평일이라서 그런지 썰렁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입장을 했다.
널따란 길을 따라 걷는 아이의 발끝에서 오랜만의 나들이에 들뜬 마음이 보였다.
아이나 어른이나 어린이집, 회사 대신 나들이는 언제나 즐겁기 마련이다.

어른만 입장권을 구매했다. 단돈 4천 원씩.
(7세 미만 유아 : 무료 / 7~19세 : 2천 원 / 매주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로 50% 할인 적용)
출입 손목 띠를 매고 지하철 개찰구 같은 통로로 입장했다.

우선, 전시관이 다양하고 연령대별로 선택할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엊그저께 미리 예약한 '유아체험관'은 아직 시간이 남아서 발길 가는 전시관을 향했다.
항공우주 관련 전시관으로 직접 체험하는 것들이 많았다.

비행기 종이 접기를 해서 꽂으면 휙 날려준다든지, 비행기를 조정하면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체험들이었다.

무엇보다 행글라이더를 타고 깊은 산맥을 타는 짜릿한 경험을 아이는 좋아했다.
태어나서 맨 처음 아빠의 등에 매달려 공중을 떠오르던 아이의 웃음을 보는 듯하다.

아이에겐 아직 가짜와 진짜의 경계가 분명하진 못하다.
컴컴한 공간에 하이라이트 조명을 받은 흰색의 인간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아빠의 바짓가랑이를 힘주어 당겨 끌며 앞으로 나아가길 거부했다.
뒷걸음치는 아이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누가 빨리 저 끝 통로로 달려갈지 내기할까?"

일순간 몸이 공중으로 붕 뜨고 발 밑으로 닿는 무언가가 없는 느낌.
무엇을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내 몸을 띄워 하늘을 나는 기분은 어떨까?
나의 어릴 적 망토를 어깨에 둘러메고 쌓아 놓은 배게들 위에서 뛰어내리던 그 호기심이 되살아나서였을까.
문득, 윙슈트를 입고 쐐엥 계곡을 가로질러 하늘을 나는 그 느낌이 궁금해졌다.


유아체험관

'드르륵, 윙~' 바지 속에서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유아체험관 예약시간에 맞춰 놓은 알람이었다.
2층에 있는 전시관에서 1층으로 이동해야 했다.
똑같은 진동인데도 뭔가 모를 재촉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전시관을 나서는데 아이가 한참을 참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려가며 말했다.
"아빠, 나 쉬 마려~"

그렇게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예약한 시간을 두고 10여 분간의 청소시간이 있었고 직원들은 손 닿는 곳마다 소독제를 뿌려가며 닦았다.
약속한 시간이 되고 예약한 아이 이름을 말하고 입장했다.
(유아 한 명당 보호자 한 명만 입장이 가능하다.)

다양한 체험거리로 넘쳐났다.
<누구의 응가?>는 동물들 아래에 변기 뚜껑이 놓여있는데 들춰보면 동물들의 응가 모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는 고개를 뒤로 재껴가며 자지러지게 웃었다.
한창 똥 얘기를 좋아할 나이이다.
또, 공룡 놀이터에서 놀며 그림도 그렸다.

아이가 제일 좋아했던 <동물병원>에서는 동물을 누우면 동물 뼈를 확인할 수 엑스레이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봐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유아체험관은 50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알차고 재미난 것들로 가득했다.


자연사관 [Natural History Hall]

우주와 지구, 생명에 이르기까지 138억 년의 우주와 지구의 역사를 다루는 공간이다.
'자연사'는 우리 인간을 비롯하여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근간을 이해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자연사관에는 고생물의 다양한 실물자료와 그 위에 덧입혀진 증강현실, 미디어 파사드, 고화질 와이드 영상 등 표본과 첨단기술이 어우러진 융합형 전시 콘테츠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 국립 과천과학관

거대한 공룡들이 겁이난 모양이다.
나의 어깨를 감싼 아이의 팔에 힘이 들어가 있다.
정말 살아서 움직일 것만 같은 생생한 전시로 긴장감마저 돌았다.

전시관을 들어서면 보이는 가득 채운 공룡 모형들, 마치 쥐라기 공원에 실제로 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가장 눈에 띄는 공룡 화석은 '에드몬토사우루스'의 화석이다.
원형 보존율이 90% 이상이라고 하니 밤에는 몰래 움직일 것만 같았다.
이 화석의 척추뼈에 티라노사우루스에게 물린 이빨 자국이 아직 남아있다고 하니 한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지상뿐만 아니라 하늘에도 익룡의 화석이 볼 수 있다.
마치 당장이라도 날아오를 듯 날갯짓을 할 것만 같다.
틸로사우루스, 대형 수장룡 엘라스모사우루스 그리고 프테라노돈 등 수많은 화석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중생대의 바다 생물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육상 동물보다 유연한 몸체와 큰 지느러미로 시선을 끌었다.


그것 가지고 배나 찰나나 모르겠지만, 도망치는 거북이를 향해 입을 쩍 벌린 거대한 바다공룡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니터 앞의 책을 넘기면 귀여운 공룡이 설명을 해주었다.

염소의 뿔 같기도 하고 몸을 동그랗게 말은 채 박힌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관 가운데 설치된 거대한 화면에서 공룡들이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다행히 초식 공룡인 듯 안심하고 있을 무렵, 티아노사우루스가 갑자기 나타나 우리를 놀라게 했다.

밀림에서 스르륵 나타나는 공룡이 제일 극적인 전시였다.
딸아이는 겁에 질려 튀어나오는 공룡에게서 떨어지라고 소리를 질러 댔다.
그 모습에 한 동안 뽀뽀를 거부했던 아이에 대한 섭섭함이 구름같이 사라졌다.


커다란 화면에서 유유히 수영하는 바다생물들을 만날 수 있는 디지털 수족관이다.
자연을 복사해 놓은 동물원이나 수족관에서의 동물들을 보면 늘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디지털 수족관을 보면서 이러한 동물원의 대안이 되지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오비 요코하마'나 뉴욕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인카운터 오션 오디세이'처럼.

형형색색의 물고기와 산호가 아름다움을 뽐 내는 열대 수족관의 모습이다.
붉은빛의 산호초는 Coral Reef로 불리는데, 바다를 정화하는 역할을 하고 물고기의 안식처로 육지의 숲과 같은 역할을 한단다.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 내는 산호초는 워낙 민감한 생물이라서 바다가 오염되고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점 하얗게 변해 스스로의 역할을 이어갈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컬러테라피에서는 코랄색을 자기 스스로 지혜롭게 사랑하는 색 혹은 스스로를 죽게 하는 낡은 시대의 패턴으로 해석한다.
자기의 온전한 색을 가질 때 비로소 자기 역할을 하며 그 색을 잃으면 점점 퇴색되어가는 우리의 꿈처럼 말이다.


생명의 장·육상동물 표본을 전시한 공간이다.
박제한 동물들이 마치 살아있는 양 연출한 것이 인간의 폭력적인 우월감 같아 씁쓸해졌다.
이러한 박제는 수 천년 전 고대 이집트 왕가들의 개와 고양이, 원숭이, 새 혹은 반려동물들을 보존하기 위해 시작한 것을 알려져 있다.
사랑한 것들을 떠나보낼 수 없어 영원히 보존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동물들은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 모를 불멸의 생을 보내는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은 생물에게 불멸의 생명을 넣은 인간의 호기심은 잔혹스럽기도 하다.


첨단기술관 [Advanced Science Hall]

우리 생활 속에서 사용되어 온 과학의 진보된 기술을 전시한 공간이다.
항공, 우주, 에너지, 소재 분야의 총 130건의 전시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우주여행 극장', '아이로스코프', '월면점프', '유인조종장치'등 53건의 체험물을 이용할 수 있다.
-출처 : 국립과천과학관

인테스텔라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듯하다.
먼발치에 앞장서서 걷는 아이가 사각의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모습에 두려움까지 느껴졌다.

인간의 일을 도와주는 로봇의 진화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로봇은 이미 우리의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의 정보를 공유하고 편의를 제공받는다.
로봇에 의존하는 삶에서 인간과 함께하는 로봇의 공생 방법은 무엇일까.


야외 놀이터

전시장 뒤편으로 우주의 기지와 같은 노란색 놀이기구가 펼쳐져있었다.

넓은 공터에 기하하적인 형태로 엮어놓은 구조물은 아이에게는 매력적인 놀이터가 된다.
공간이 놀이터가 되는 멋진 공간이었다.

바닥은 넘실거리는 파도처럼 울렁인 체 멈춰있다.
우주 속을 걷듯 아이는 위로 나타났다 아래로 사라지길 반복하며 앞으로 뛰어갔다.

문어 다리처럼 뻗은 긴 관을 가진 미끄럼틀을 향했다.

아이가 소리쳤다.
"아빠, 나 잡아줘~"
그 소리가 관을 타고 메아리치며 울렸다.

쓩~ 내려오는 아이의 웃음소리도 그 메이라를 따라 노래를 불렀다.

미끄럼틀 정상에서 봐라 본 놀이터의 전경은 재미난 미술작품 같기도 하다.
규격화한 일반 놀이터와 같은 것이 아닌 상상으로 꾸며진 공간인 것 같다.

노란색 통로로 빨려 들어가듯 아이는 또 미끄럼틀 속으로 들어갔다.
지칠 줄 모르는 즐거움이다.


곤충생태관 [Insectarium]

무궁무진한 곤충의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곤충은 전체 동물의 3/4을 차지할 정도로 그 수가 많고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삭막한 도시에서는 살아있는 곤충을 보기 힘들다.
곤충생태관에 들어서자마자 풀벌레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것 같았다.

곤충은 아이에게 재미난 친구이다.
무섭지도 않고 자기가 친해지기 위해 장난을 먼저 걸 수도 있는 만만한 상대라서가 아닐까.

팔랑팔랑, 아름다운 나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파브르 정원이다.
형형색색 나비의 아름다움을 박제해 놓은 슬픔을 여기서 또 보게 된다.

화려한 색을 입은 나비 등 외국의 다양한 곤충들을 볼 수 있다.
생물학적 호기심이 아닌 그저 키치적인 장식으로 꾸며놓은 광경이 아쉽긴 하다.

꿀벌의 생태 및 살아있는 꿀벌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짐볼보다 큰 커다란 벌집이 시선을 끌었다.

단단한 뿔을 써볼 기회가 없어서였을까.
단단한 갑옷과 바이킹 같은 투구를 쓴 넓적사슴벌레가 비틀비틀 춤을 추었다.

통실통실한 장수풍뎅이 애벌레와 장수풍뎅이를 직접 만지는 체험을 했다.
아이의 손에 닿는 질감이 재미있는지 애벌레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아름답다고, 사랑하는 호기심이 있다고, 그렇다고 영원히 가두며 두고 싶진 않다.
얼마나 다행인가.
아직 어린 딸은 벌써부터 아빠는 품을 벗어나고자 발부 둥치니.
곤충을 보며 나를 떠올린 날이다.


국립과학관은 '사라진 것', '사라져 가는 것'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질 것'에 대한 이야기가 풍요롭게 있었다.
인류가 이렇게 발전하고 또 발전하는 힘은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득권이 정해놓은 진리를 뒤엎고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게 맞다고 생각한 갈릴레오 갈릴레이, 무수히 하늘에서 추락하는 비행기를 보고도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을 위해 끊임없는 비행기 제작한 라이트 형제 등 인류에서 호기심이 없었더라면 어떠한 발견과 발전이 없었을 것이다.

오늘 딸아이에게는 어떤 호기심이 있었을까?


국립과학관 (★★★★☆)
H : http://www.sciencecenter.go.kr
A : 경기도 과천시 상하벌로 110
T : 02-3677-1500


Tips!
-연령별 관람 추천 코스 : https://www.sciencecenter.go.kr/scipia/guide/recommendCourse
-주차 5,000원 (일일 기준)
-유아체험관 예약 : 방문일 기준 2일 전 저녁 9시부터 예약 가능 (토요일 예약분은 목요일 밤 9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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