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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무엇

양재천 정월대보름 축제

늘 찾아오는 일상적인 토요일 오후,
집 앞 양재천에서 정월대보름 축제가 있다고 해서 나섰다.

정월대보름은 매년 음력 1월 15일을 기념하는 날로,
양력으로 2월 5일인 정월대보름을 맞이해 하루 전날 축제가 열렸다.
코로나로 멈췄던 행사가 4년만 돌아왔단다.

양재천에 들어서자마자 멀리서 보이는 달집이 눈길을 끌었다.
7미터 정도 되는 키가 큰 달집이었다.
솔잎을 모아 만든 작은 산이었다.
꼭대기부터 천 자락이 길게 내렸고 허리춤에는 짚새끼줄 둘렀다.
엮인 짚새끼줄에 각자의 소원을 적은 소원지가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 부쩍 한글에 관심이 많아진 딸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소원지에 가족의 행복을 꾹꾹 눌러 적었다.

영동 1교 다리 밑에 축제에 참여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온 동네 주민들이 다 나온듯했다.
사람들마다 마스크를 쓴 얼굴 너머로 즐거운 모습이 가득했다.

다리 밑 중앙에 무대가 위치해 있고,
좌측에는 내곡주막, 말죽거리주막 등 다양한 먹리 공간이,
우측에는 경품이나 작은 소품을 만드는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주막 앞에 펼쳐진 먹음직스러운 음식과 막걸리 그리고 취기가 오른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무대에서 퍼져나가는 민요 가락이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돋구웠다.

체험하는 공간에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긴 줄을 만들었다.
줄 끝에서 한참을 기다려 두 가지 체험을 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어느새 둥근 보름달이 하늘에 떠 있었다.
달집 태우는 것을 보려 군중들이 달집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불을 붙이자 달집은 뿌연 연기와 함께 불기둥으로 변했다.
불덩어리는 점점 더 커지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야!"하고 환호를 질렀다.

불꽃이 삽시간에 불잔치를 벌였다.
정월 매서운 밤 추위를 녹여버릴 기세로 하늘을 향해 불기둥을 만들었다.

불기둥 위로 잔불들이 허공을 날아다녔다.
그때 하늘에 불꽃이 날아들었다.
'팡!'
불꽃은 큰 소리를 내며 더 큰 불꽃을 만들며 터졌다.

까마득한 하늘에 떠 있는 동그란 달을 향해 불꽃이 달려들었다.
팡, 팡, 팡!
폭죽은 달에 닿지 못하고 큰 소리를 내며 조각이 되어 사라졌다.
폭죽이 터질 때마다 구경꾼들의 탄식도 함께 터졌다.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딸의 친구 가족을 만났다.
그들과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맛있는 음식과 술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토요일 저녁에 우리는 달을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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