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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무엇

씨몽키 키우기

장 보러 가는 날.

 

우리 가족이 장을 보러 가는 이마트에는 구석 한켠 작게 다이소가 입점해 있다.

여기에서 만큼은 딸아이의 쇼핑 욕구를 풀게 해 준다.

딸아이는 신이 난 듯 이것저것 골라 카트에 담는다.'

'하나, 둘, 셋.'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골라 집은 것들을 카트 안으로 던지는 소리를 속으로 세어본다.

"이제 우리 먹을 거 사러 가자."

흥분한 딸아이를 손을 잡고 그곳을 벗어난다.

모든 장보기가 끝이 나고 카트에 담긴 물건들을 계산대에 옮긴다.

키티 밴드, 곤충 채집함 그리고 씨몽키...

'이것은 무엇인가'하고 잠깐 의문은 들었지만, 장난감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그렇게 오늘의 장보기는 끝이 났다.

  

장을 본 재료로 저녁을 배부르게 먹었다.

싱크대에 쌓인 수북한 그릇을 모른 채 하고 침대로 향했다.

아이는 쪼르르륵 쫓아와서 옷을 잡아당긴다.

"아빠, 이거."

 

아이가 내민 건 다이소에서 샀던 작은 장난감 박스였다.

허기진 배가 채워지니 포장지에 쓰인 글씨가 비로소 보였다.

'씨몽키, 애완용 바다 새우 키우기'

물에 담가 두면 알이 녹고 공룡 모형이 나오는 공룡알 키우기랑 비슷한 건가.

별 기대 없이 포장지를 뜯었다.

 

 

사용설명서를 읽어보니 뭔가 좀 복잡하다.

씨몽키가 부화한단다.

이게 뭐지,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메마른 봉지 안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어떻게 생명이 태어난다는 건지.

 

 

수돗물을 수조의 2/3 정도 담고 씨몽키가 들었다는 봉지를 털어 넣었다.

파란색 작은 수저로 휙휙 휘저으니 녹색 불순물이 둥실둥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담겨 있는 물색만 탁해졌을 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4일은 기다려야 씨몽키가 태어난단다.

속는 셈 치고 기다려보자.

 

 

씨몽키 키우기에서 제일 좋은 점은 물을 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공기를 넣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스포이드를 꾹꾹 눌러 공기방울을 넣어준다.

최소한 아침, 저녁으로 10번씩 해야 한단다.

이게 제일 귀찮은 일이다.

어찌 내가 키우게 될게 분명하다.

미술놀이 수업에서 가져온 미꾸라지도 내가 한 달 가까이 길렀으며,

어린이집에서 가져온 상추에 물 주는 담당도 나였다.

고사리 같은 두 손에 움켜잡고 들고 생명을 담아오니 안 키울 수도 없었다.

이번 씨몽키는 아이랑 함께 잘 키워 봐야겠어!


-4일 경과-

 

4일째 이후로 먹이도 준다.

 

 

공기도 뿌루룽뿌루룽 넣어준다.

 

 

-8일 경과-

작은 알겡이들이 엄청나게 많이 생겨났다.

촐랑대며 엄청 바쁘게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닌다.

먹이도 주고 더 지켜보기로 하자.

 

 

-14일 경과-

약간 자란 씨몽키는 긴 꼬리를 가진 얼추 본래의 생김새를 알아볼 수 있었다.

3주가 지난 지금은 모든 움직임이 없어지고 불순물만 둥둥 떠다녔다.

그렇게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씨몽키는 '바다 새우 키우기'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게나 새우의 갑각류에 포함될 뿐, 새우가 아닌 물벼룩에 가깝단다.

이제껏 물벼룩을 이렇게나 정성껏 키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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