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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Class/예술

웃다리문화촌 / 평택

불확실성만큼 여행의 매력적인 것은 없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지만, 너무나 좋았던 기억으로 깊이 남았다.

기쁜 마음으로 이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웃다리문화촌은 폐교된 금각국민학교를 문화재생 공간으로 재활용한 시설이다.

지금은 상설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시가 열리는 곳으로 문화예술 체험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서 보면 학교 외관은 크게 바뀌지 않아 폐교된 학교라는 느낌이 남아 고즈넉하게 느껴졌다.

 

 

알록달록 가을의 정취를 머금은 고즈넉한 풍경 아래 꾸민 듯 꾸미지 않은 곳이었다.

푸근한 옛것의 음식 위에 간간히 새것의 소금이 뿌려진 듯했다.

 

 

이제는 잔디로 뒤덮인 너른 운동장을 바라보는 낡은 동상은 옛 모습 그대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가 길게 이어졌을 운동장 단상 벽면에는 엘리스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나무 구멍으로 사라진 흰 토끼를 쫓아 이상한 나라로 간 그녀처럼 우리는 신비로운 세계로 빠질 준비를 했다.

 

 

학교 뒤뜰에는 가을 들꽃들이 우리를 환영했다.

꽃들은 밝은 햇살을 받아 별처럼 빛을 내었다.

 

 


새초롬한 모습을 한 아이는 이곳이 벌써부터 좋아하는 눈치이다.

나 또한 이곳이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기만 했다.

 

 

옛 추억을 되살리는 문방구를 재현한 곳이다.

문은 굳게 닫혀 있어 밖에서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구경해본다.

 

 


<비상> 곽민영
<낙원> 김유킴
<안락한> 강나영

유리창은 스테인글라스로 꾸민듯하게 다채로운 색상으로 꾸며져 있다.

옛 학교의 창에 투박하게 그려진 그림들이 정감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창문을 통해 안으로 비쳐 드는 빛은 유리창에 그려진 그림에 따라 은은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SPACE 1>에서는 관람객들이 제일 먼저 방문하는 공간이다.

3면이 유리로 된 공간 안에서 쓰레기로 재활용된 물고기들이 유유히 유영하고 있었다.

 

 

반대편에는 테이블에 재활용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관람객들이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보라는 배려였다.

아이는 요구르트 플라스틱을 조합해서 '멋진 모자를 쓴 신사'를 만들었다.

 

"우리 여기 선반에 전시하자, 어때?"

 

 


<SPACE 2>에는 검은색 팔레트로 벽을 만든 이색적인 공간이었다.

팔레트 살마다 메모카드가 걸려 있었다.

특이한 점은 메모 걸이가 플라스틱병의 뚜껑 연결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사유의 형태들
2022. 09. 03 ~ 11. 27


'기후위기 시대에 쓰레기로 낙인 된 물질은 작가의 상상력을 거쳐 예술적 생명을 갖는다.'
-팸플릿 중에서-

<SPACE 3>부터는 '사유의 형태들'이라는 주제로 여러 명의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누군가 혹은 어떤 목적에서 '쓰임'을 다한 물질이 다시 재료가 되어 작품으로 태어났다.

작가마다 스스로의 상상력으로 변신한 쓰레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현철 <하늘을 나는 붕어> 2018 / 택배상자, 245X120X150cm

용도를 다하여 버려진 폐 택배 상자를 재활용하여 만든 작품으로 초점이 흐린 눈동자가 인상적이다.

 

거대한 붕어와 악어는 역동적인 포즈로 우리를 맞이했다.

현대인의 편의로 버려지는 택배 상자가 이처럼 마치 살아있는 듯한 생명체로 태어난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정현철 <곰곰히> 2021 / 택배상자, 패트병, 한지

북극곰에 페트병이 비수처럼 꽂혔다.
바다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이제 미세 플라스틱을 먹게 되었다.

또 그런 해산물을 우리가 먹는다.

결국 우리가 버리고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을.

 

 

김정아 <9시 46분> 2020 / 패널에 아크릴릭, 바다쓰레기 꼴라쥬 / 87X87cm

9시 46분.
지구가 쓰레기로 덮이기까지 고작 2시간 남짓 남았다.

 


김은하 <Bon Appetit!-2> 2020 / abandoned clothes, 160X130x18cm

버려진 옷들을 작품을 재료로 써 빠른 일상과 쉬운 소비들로 인해 생겨난 패스트푸드로 표현한 작품이다.
생산과 유통, 소비의 수명이 짧고 유행에 민감한 의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위트 있게 잘 나타나 있다.

 

 

 

조정은<레디메이드 인 행궁동 다실바 화분> 2019, 혼합매체, 15X55X75cm

'사물이 본래의 역할에서 벗어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작가가 수원 행궁동 '다 실바 의상실' 사장님이 폐품을 가지고 화분을 만든 것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사물들은 본래의 역할에서 벗어나 섞이고 새로운 목적으로 태어나 새로운 가능을 보여준다.

딸아이가 커지고 더 이상 흥미를 잃어버린 장난감을 어떤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게 해 볼까나.

 

'모든 아름다움에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생명력이 뒤엉켜

부서지고 사라져 가는 공간들을 지배하고 있다.'

 

 

김소영 <Exquisite Corpse> 2016, fabric, 우레탄, 폴리에스테르, 철제프레임, 125X95X72cm

지나칠 정도록 화려한 색상과 꿈틀대는 욕망을 표현하는 듯한 뒤엉킨 형상의 작품이다.
치열한 경쟁과 끊임없는 욕망들이 섞이고 모여 하나로 균형을 찾는다.

 

김하늘 <스택 앤 스택, 스툴> 2020, 마스크, 32X32X44cm

코로나가 장기화가 되어가면서 하염없이 쌓여만 가는 마스크 원단, 불량 마스크 등의 '폐마스크'를 쌓아 녹이고 굳혀서 만들었다.

 

세컨드비 정지은<Wheel series, Pawn> 2022, 자전거 소모품, 황동, 나무, mixed media, 8X8X15dm

체스의 Pawn을 모티브로 한 조명이다.
투명한 머리에 속을 다 보이는 환한 불빛을 내고 있으니 마치 외계인 같은 모습이었다.

 

 

박선민 <Re: Bottle vase series + Metal No.1> 2019, 12X8.5X30.5cm

대량생산으로 유리 소재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기술이 발전되면서 크기, 형태, 색상 그리고 디자인까지 다양해졌다.
생활의 편리함으로 발전해 온 산업 공예품들은 곧 산업 폐기물이 되어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표현했다고 한다.

 


주원영

 

공기의 살
2022.07. 29 ~ 08. 28

 

조형의 기초가 되는 선형에 집중하여 현재에 형태화를 목표를 두고 새로운 조형 공간을 만들었다.

일정한 굵기의 철로 만든 2D의 선들이 공간에서 그림자와 섞여 새로운 입체가 되어 보였다.

 

 


SPACE 3 전시 끝에는 전시를 보고 느낀 것을 그릴 수 있게 마련 한 공간이 있다.

벽면에는 이미 관람한 어린이들의 다양한 시각으로 그린 그림이 붙여져 있었다.

 

 

아이는 무엇인가를 그려나가길 시작했다.

 

"딸, 뭘 그린 거야? 외계인이야?"

 

딸아이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아니, 아빠!"

 

 


장윤영 &amp;lt;Floating&amp;gt; 2019 / mixed media, fabric, eposy, resin, wood, led / 8X3X5cm

 


행복한 시선전
2022. 08. 06 ~ 10. 30


'권오신, 장윤영, 정희경, 홍미희, 홍윤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드로잉, 판화, 회화, 오브제 드의 작품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구성된 <행복한 시선>을 통해 관람자 자신이 선호하는 예술작품 취향을 찾으며, 평범한 일상생활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팸플릿 중에서-

 

 

권오신 &amp;lt;Memory machine no.8&amp;gt; 2021 / lenticular / 70X50cm
권오신 &amp;lt;Memory no. 1907 / 1902 / 1905 / 1901&amp;gt; 2019 / lithograph / 50X50cm
홍미희 &amp;lt;Drawings RBU / YBD&amp;gt; 2020 / 종이보드에 색연필 / 16.7X22.7cm


모든 전시의 끝, 마지막 교실에서 1970년 대의 국민학교 교실을 재현해 놓은 <웃다리문화촌 옛 교실>을 만났다.

추억이 새록새록한 공간이 펼쳐졌다.

양철 도시락을 쌓아 올려져 있는 연탄난로를 보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이는 교단에 올라서더니 분필을 집어 들었다.

사각사각 분필을 그어 그림도 그리고 글도 적었다.

 

 


금각국민학교에서 사용하던 문패, 교과서, 책가방 등이 전시되어 옛 학교 교실을 재현하였다.

음악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연주 해시던 풍금이 눈길을 끌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풍금을 보자 수십 년을 건너온 기분마저 들었다.

 

 

교실 곳곳에는 내가 초등학교 때 저 학년일 때 봤던 소품들이 보였다.

 

 

교실 뒤편, 복도 등 공간만 있다면 딱지치기, 지우개 따먹기, 말뚝박기 등 쉬는 시간마다 정신없이 놀았었다.

 

 

소리가 나지 않는 종이 건반을 가져오지 않아 음악시간에 손을 들고 벌을 섰던 기억이 난다.

삐걱대는 나무 의자에 앉아 그때의 향수에 젖었다.

 

부모의 추억을 함께한 아이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우연히 들린 이곳이 참 좋다.
폐교된 학교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퍼지는 곳이었다.
어른들은 옛 추억을 상기시켜주고, 아이들에게는 환경위기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곳.

 

웃다리문화촌은 다시 방문해볼 계획이다.
넓은 운동장 잔디에 텐트를 치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 서말이지.


웃다리문화촌 (★★★★★)
H : www.wootdali.or.kr
A : 경기도 평택시 서탄면 용소금각로 438-14
T : 031-667-0011
관람시간 : 09:00 ~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교통 : 송탄역 하차 후 5번/77번 버스 탑승 - 웃다리문환촌 종점에서 하차

Tips!
-간단한 도시락을 싸서 피크닉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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